매일신문

매일춘추-에델바이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이 된 도시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이자 알프스의 풍치가 빼어난 곳이다.

도시 한 복판에 우뚝 서있는 고성, 유서 깊은 성당들,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비둘기, 강과 그림 같은 집들, 그리고 그것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수많은 호수들로 대서사시를 연출한다.

잘츠부르크엔 에벨린이라는 여든이 넘는 소박한 할머니가 계신다.

과거 내가 이곳에 살던 시절 옆집에 살던 그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신랑을 잃어버리고 홀로 사신다.

그곳에서의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그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의 손에 쥐어준 것이 있다.

흰색에 녹색리본이 쌓인 조그만 종이조각이다.

에델바이스 노래의 악보가 그려진 종이 안엔 직접 수놓은 에델바이스 꽃잎과 함께 이런 글이 담겨 있었다.

"활리 잘 가! 잘 살고! 이곳 생각날 때마다 에델바이스 불러! 그런데, 언제 다시 보나!"라고.

알프스를 대표하는 꽃인 에델바이스는 하늘나라의 생활에 싫증이 나 지상으로 내려온, 여천사에 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지상으로 내려온 여천사는 세상을 볼 수는 있지만, 속세와 부딪힐 일이 거의 없는 알프스 산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한 등산가에 의해 발견된 뒤 남자들의 끊임없는 구혼에 시달리게 되자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 버렸는데, 지상에 존재했던 추억의 기념으로 에델바이스를 남겨 두었다고 한다.

에델바이스란 고귀한 흰빛이란 뜻이며 순수의 상징이다.

이 꽃은 눈 속에서 차디찬 바람에 시달리며 어렵게 생명을 이어가고 시련 속에서 탐스러운 꽃봉오리를 맺는다.

그리고 훈훈한 봄바람에 신비로운 꽃을 피워 청초하고 앙증스런 자태를 드러낸다.

에델바이스는 추위에 심하게 시달릴수록, 밤낮의 기온 차가 클수록 더욱 신비한 빛깔을 띠게 된다.

오스트리아 국화인 이 꽃은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으로 인해 더욱 인기를 얻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하였을 때, 사람들은 '에델바이스'를 불러 저항을 했다.

시정 넘치는 멜로디, 아름다우면서도 애수를 느끼게 하는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 있다.

이동활(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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