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사회간접자본시설에 관한 민간투자사업은 양날의 칼이다.
산업활동과 시민생활의 주요 기반이 되는 도로, 철도, 공항, 항만, 전기통신 시설 등의 사회간접자본시설을 건설함에 있어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부족한 공공재정을 대신하고 민간부문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민투사업은 사회 발전에 순기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자본의 속성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본과 결탁하여 지나친 특혜를 부여하면 민간투자사업은 시민을 착취하여 자본가를 배불리는 역기능을 한다.
대구중앙지하상가는 20여년 전 상인들이 낸 임대분양금으로 건축된 대구의 주요 도시공간이다.
대구광역시장은 1999년 12월 31일 일방적으로 중앙지하상가 내장공사, 구 중앙초교 부지의 공원 조성공사 및 지하주차장 건축공사를 한데 묶어 민간투자시설사업을 시행한다고 고시하였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선례가 없는 기이한 개발 방식이었다.
주요 도시공간 개발 및 운용에 관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시민공청회도 한 번 없이 시민들은 완전히 배제되었다.
시민의 공론에 회부하여 적법성과 정책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로 중앙지하상가 민간투자사업은 출발할 때부터 시민사회로부터 위법성과 특혜 의혹을 강하게 받았다.
상인들과 경실련을 비롯한 16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하상가 내장공사를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실정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소상인들의 과중한 임료 부담을 통해 민간투자사업 시행 기업에게 지나친 이익을 보장하는 등 정책 타당성마저 현저히 결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구중앙지하상가 민간투자사업 시행을 반대하였으나 대구시장은 서울의 모 기업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그대로 강행하였다.
이에 맞서 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중앙지하상가 민간투자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투쟁해 왔는데 어언 5년째 접어들었다.
그 동안 시청 앞 장기시위, 삭발투쟁, 국민감사청구, 감사원 상경시위 등 유례가 드물 정도로 끈질기게 투쟁하였으나 이들이 맞닥뜨린 건 대구시 행정의 일방성과 경직성, 지역 정치부문의 조정력 빈곤, 아래로부터의 공론 형성 메커니즘의 부재였다.
대구시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그간의 투쟁은 현행법상 시민사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일방적 정책결정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이 무기력한 상황 속에서 한 시민운동가가 이달 2일부터 중앙지하상가 민간투자사업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생명을 담보로 잡힌 마지막 저항의 몸짓이다.
대구시의 일방 행정이 시민참여적 행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몇 사람의 희생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시민사회도 싸울 만큼 싸웠고, 대구시도 버틸 만큼 버티었다.
이쯤이면 대구시장이 시민사회에 합리적이고 유연한 해결책으로 응답할 차례가 되지 않았을까?
정한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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