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조류독감을 퍼뜨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홍콩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식
당과 제빵회사 등 관련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섬 쿼리베이에 위치한 추이이레스토랑의 체포치 사장은 5일 계란을 재료로
하는 요리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체 사장은 "조식으로 제공하는 계란 프라이나 스크램블드 에그 주문이 급감하면
서 오전 수입이 하루 평균 2천200홍콩달러에서 1천홍콩달러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즐겨 먹는 '다진 고기와 날계란' 음식은 조
류독감 파문 이후 아예 주문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계란 정말로 조류독감 전염시키나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조류독감이 계란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계란 수출입은 별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데스몬드 오툴리 홍콩 청스(城市)대학 음식미생물학과 교수도 "내가 알기로는
계란 속에 바이러스는 없다"면서 "그러나 껍질에 기생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오툴리 교수는 "일단 닭들이 조류독감에 감염되면 계란을 낳을 수 없다"면서 "
따라서 조류독감 감염지역의 계란을 수입하는 것도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헨리 니만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조류독감이 계란
을 통해서 확산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니만 교수는 "계란을 완숙하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있겠지만 전염지
역에서 생산되는 계란을 수출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찬카이성 홍콩 중원(中文)대학 교수도 "닭이 건강하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면
계란 수입을 허용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절대 수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최근 조류독감 감염지역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해외 수출
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으며 홍콩 정부도 중국산 계란 수입 중단조치를 내렸다.
중국 광둥(廣東)성 검역국은 5일 "중앙 출입국관리소와 검역국이 지난 2일 조류
독감 차단을 위해 감염지역 계란을 절대 수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계란 값
중국 정부가 계란 수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계란 공급량의 90%를 중국에 의존하
고 있는 홍콩의 계란시장이 공급 부족과 함께 가격 폭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식당에 계란을 공급하는 업자들이 공급가를 360개 들이 박스당
115홍콩달러에서 200홍콩달러로 거의 2배 가까이 올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체 사장은 "만약 공급업자가 계란 가격을 앞으로 계속 올린다면 계란 관련 요리
를 메뉴판에서 빼버리고 대신 햄이나 소시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란 도매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찬와 사장은 "중국산 계란 도매 공급가격이 30
개를 기준으로 12홍콩달러에서 15홍콩달러로 20% 정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식당들이 계란 품귀현상과 요리를 만들 수 없는 사태를 우려해
평소에 비해 3-5배 정도나 많은 계란을 한꺼번에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업체들은 "이번 주말께 계란이 바닥이 날 것"이라면서 "미국이나 독일에서
긴급 수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 고민"이라고 말했다.
◆계란 덜 먹더라도 단백질은 섭취해야
보건 전문가들은 계란의 조류독감 전염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값싸고 편리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원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리체싱 홍콩대학 교수는 계란 섭취를 꺼리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주민
들은 앞으로 계란 없이도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단백질이 부족하면 신체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성장이 멈춘다"면
서 "계란 대신 고기나 우유, 콩을 대체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콕카키 의료정책행동그룹 대변인은 "심장마비나 콜레스테롤 관련 질병을 막기
위해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아예 식습관을 전면 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류독감이나 동물 관련 전염병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채
식을 많이 하고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섭취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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