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장애인연대 자문교수 이혜임(43)씨

대구여성장애인연대(대구시 달서구 대곡동)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소외계층이자 사회적 약자인 여성 장애인들의 자립과 권익향상을 위해 여성 장애인들이 모인 단체다.

신체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직접 만든 단체이다 보니 상근 직원 12명 중 비장애인은 둘뿐이다.

이혜임(李惠任.43.여.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비장애인 둘 중의 한 명이자 전체 직원 중 유일하게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이다.

소비자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서울보건대 유통학과 교수로 10여년간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이씨의 직함은 대구장애인연대 자문교수. 자문교수라고 하면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한 번씩 나와 활동하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씨는 2년째 매일 이곳에 나와 장애여성들과 부대끼고 있다.

경남 창원 출신으로 대구에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그가 대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1년.

"첫 도입된 학교 교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오래 하다보니 앞만 보고 달려가는 그런 삶이 옳은가에 대한 회의가 들어 휴직계를 내고 영국으로 유학갔지요. 우연히 컴퓨터 채팅을 하다 대단한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좌절한 대구의 한 장애인을 알게 됐는데 사연이 너무나 딱해 그와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을 도우면서 살기로 결심했지요".

2001년 8월 귀국한 그는 귀국 두 달 만에 학교측의 만류도 뿌리치고 사직서를 냈다.

그리곤 곧장 대구로 내려와 대구장애인종합복지회관 연구원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무보수였지만 여성 장애인들의 자립과 사회와 가정의 이중차별 해소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 참여했고, 보다 나은 카운슬러가 되기 위해 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과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과정도 거쳤다.

그가 대구장애인연대로 적(籍)을 완전히 옮긴 것은 지난해 3월. 비장애인이 중심이 된 장애인복지기관에 몸담기보다는 장애의 아픔을 가진 사람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장애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여성 장애인들을 사회와 가정의 이중차별에서 독립시키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함으로써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비장애인들에게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여성부가 후원한 '여성 장애인의 가정폭력 실태와 근절을 위한 맞춤형 의식 교육모델 개발'에 책임연구원을 맡아 보고서를 냈고, 여성 장애인 후원자 발굴을 위한 다양한 '후원 마케팅' 사업을 벌였다.

그 자신은 대학 퇴직금으로 마련한 다가구주택 임대료 수익 일부를 쪼개 후원사업에 보태고 있고 자신을 따랐던 제자들도 동참케 하고 있다.

'함께 하는 삶'을 지향하며 '장애인 복지 전문 코디네이터'가 되는 것이 꿈인 그는 "봉사는 배움"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우는 과정이란 것이다.

"능력 없는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다 돌려주고 나서 결혼할 예정입니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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