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해사 잃으면 고구려도 잃게 돼요"

"중국의 우리 역사 폄훼는 1970년대 발해(渤海)를 당(唐)나라의 지방정권으로 주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발해를 잃으면 고구려를 잃게 됩니다".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강위원(姜衛遠.55) 교수와 대구과학대 방송연예학과 오한택(吳漢澤.33), 경성대 사학과 한규철(韓圭哲.53) 교수가 영하 20도의 혹한을 뚫고 한국인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는 고구려 유물과 발해의 흔적을 담아왔다.

중국에서 발해 유적을 촬영하다 발각되면 경우에 따라서 간첩 행위로 감금되기도 하는 현실에서 세 학자의 이번 행보는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는 신선한 대응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3일부터 강 교수 등이 다녀온 곳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지안(集安)에서 러시아 연해주에 걸친 육로 5000㎞.

13일간에 걸쳐 담아온 유적만도 20여곳이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뿌듯한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해 발해의 유일한 탑인 영광탑, 발해 귀족 무덤인 동총무덤, 대조영이 당의 추격을 물리치고 제일 처음 발해국을 건설한 곳인 흑룡강성 돈화 성산자 산성, 정혜공주와 정효공주의 묘와 비석사진 등….

이번 행보를 제안한 사람은 오한택 교수이다.

발해사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재중 사학자 방학봉씨의 삶을 다뤄 보기 위한 다큐멘터리 제작 시도가 중국통인 대학 은사 강위원 교수를 만나면서 이렇게 역사탐방으로 확대됐다.

발해사 전공 사학자인 한규철 교수의 흔쾌한 동행도 결정적인 힘이 됐다.

"개인적인 시도에다 촬영에 성공하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살인적 추위 덕분에 숨어서 촬영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정효공주의 묘는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아예 봉쇄됐고, 우물터나 온돌.고구려 때 기와 등은 아무곳에나 방치돼 훼손되고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탐사는 '발해에서 고구려 찾기'라는 컨셉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남쪽의 아난예프스카야에서 발견한 형태가 완전히 보존된 온돌이나 헤이룽장(黑龍江)성 동녕현에서 담은 호리병 모양의 우물터 등은 연구 자료로의 가치도 높은 것들입니다".

한 교수는 "특히 발해의 유물이 있는 곳에는 꼭 우리 조선족들이 살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담아온 영상과 사진물은 조만간 방송이나 출판 등을 통해 소개할 계획. 세 학자는 "이번에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온 우리 역사의 현장을 우리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며 "우리 발해사가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데 조그만 힘이라도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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