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의원' 반발...FTA처리 진통

9일 이라크 파병 동의안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된 국회는 하루 종일 긴박감이 흘렀다.

아침부터 각 정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지도부 회의, 의원총회, 농촌출신 의원 모임, 총무단 회의 등이 차례로 열렸다

그러나 사안별로 서로 입장이 달라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도 활동시한 마감일인 9일 막판 합의를 시도했으나 지역구 의원 정수문제를 두고 여야가 여전히 맞섰다.

◇FTA 처리=농촌출신 의원인 민주당 이정일(李正一).배기운(裵奇雲).박종완(朴種浣) 의원이 8일 FTA비준안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뒤 같은 당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이 "FTA 비준안 통과는 국내 과수농가를 전멸시킬 것"이라며 "표결에 부쳐지더라도 국가 중대 사안인 만큼 기명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해 FTA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한나라당 '농어촌 의정회' 소속 의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쯤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동의안 처리 저지를 위한 결속과 각오를 다졌다.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반대토론 등 우보전술을 펴되 물리적 충돌은 가급적 피하겠다"면서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기명투표만은 관철시키겠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날 본회의는 비준안 처리에 앞서 투표방식을 두고 여야 의원간 입씨름이 가열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각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부터 비준동의안 찬성 분위기를 잡아갔다.

최 대표는 이미 지난달 말 당3역 명의로 소속 의원들에게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를 당부하는 내용의 편지를 소속 의원들에게 보냈었다.

정 의장도 비준안 통과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표결여부를 찬성 당론으로 정하지는 못했다.

자칫하다간 비준안에 반대하는 농민단체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은 이날 의총에 앞서 "의총을 열어 논의하겠지만 농촌의 어려운 실정을 고려해볼 때 당론으로 찬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병안=한나라당.열린우리당.자민련은 사실상 당론으로 파병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우리 군인이 목숨을 걸고 전지(戰地)로 떠나는 일이기에 당론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했고, 박진(朴振) 대변인은 "국가의 이익과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안은 사실상 '찬성 당론'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 역시 지난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를 돕기 위한 것이자 16대 국회의 마지막 책무"라며 "9일 본회의에서 처리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와 국방위원장인 장영달(張永達) 의원 등은 파병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이날 의총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 소속 의원(62명)의 절반인 31명이 파병에 반대하는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총을 열어 논란 끝에 '권고적 반대'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운태 총장은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개인적으로 파병안 처리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당내 의원들이 여론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권고적 당론' 정도로 파병안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었다.

게다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유용태(劉容泰) 총무, 김영환(金榮煥) 대변인 등 핵심 당직자 대부분이 파병에 반대, 심한 갈등을 겪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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