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새벽녘에

내가 그 나무 밑을 지날 때

나무는 자고 있었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자는 나무 숨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모두 언제 돌아왔을까

바위 앞에 멈추어 서서

나는 세상 만물이

제자리에 와 있음을, 긍정했다.

이문길 '자는 나무' 부분

이문길 시인은 나무, 풀, 꽃과 매우 친하다 새벽 일찍 나무 곁을 지나며 그 나무의 자고있는 숨소리까지 듣는다고 한다.

나무와 새 그리고 풀들에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지에까지 오른 것 같다.

모든 자연이 하나가 되어 돌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사람조차 아니 자신조차 그 자연의 일부가 되어있다.

세상 만물이 제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있다는 깨달음, 또한 그것을 인정하는 자세를 갖추기까지 얼마나 힘겨웠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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