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잘 될지 모르겠어요. 김치가 들어가서 느끼하지 않고 힘이 쑥쑥 날 거라고 동생이 적극 추천한 건데…".
얼마전 사랑하는 가족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슬픈 일을 겪었다.
크나큰 슬픔에 빠져 있는 나를 위해 친구가 정성들여 만들어 준 '김치해물그라탕'.
상심하고 있는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며칠을 고민했다는 마음이 따뜻한 친구. 자신이 직접 만든, 힘이 쑥쑥 샘솟는 음식으로 내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싶어 수소문하던 끝에 멀리 군산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로 배웠단다.
깨알같은 글씨로 재료와 방법이 적힌 메모지를 옆에 두고 열심히 요리를 하던 친구 곁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던 나의 두 눈은 고마움의 눈물로 촉촉이 젖어왔다.
"선생님, 화이트소스를 만들 때의 포인트는 밀가루를 볶을 때 불을 끄고 해야 한대요. 그리고 많이 볶아줘야 한대요. 집에 있는 야채는 뭐든 넣어도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싫어하는 야채를 먹일 수 있어 좋겠죠?" (작가와 독자로 만나 이제는 그 누구보다 깊은 속내를 주고 받는 친구가 됐지만, 그 친구는 꼬박 꼬박 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불을 끄고 밀가루를 볶는 것도 김치를 넣는 것도 전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얻은 노하우라네요. 그런 것을 저는 이렇게 간단히 전수받아 하니…".
친구는 가스레인지 앞에서 밝고 화사한 웃음으로 요리 과정을 자상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친구의 사랑과 배려가 듬뿍 든 음식이었기에 며칠째 음식을 거의 넘기지 못하던 나는 허리벨트를 풀어야 할 정도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날 먹은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사랑김치해물그라탕'.
나도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싶을 때 꼭 만들어 전하리라. 사랑을 듬뿍 담아서. 칼럼니스트.경상여중 교사
◇재료(4인분)=양파 반개, 양송이 3개, 햄, 피망 반개, 깐 새우 20마리, 김치 적당량, 버터, 우스타소스 1숟가락, 토마토 케첩 6숟가락, 밥 2공기, 피자치즈, 화이트소스(버터 1숟가락, 밀가루 1숟가락, 찬 우유 1컵, 소금, 후추 약간)
◇만들기=①양파, 양송이, 피망, 햄, 김치는 잘게 썬다.
재료는 꼭 이것들이 아니어도 집에 있는 다양한 야채나 오징어, 홍합 등 해물을 준비하면 됨. 단, 양파와 김치는 필수. ②화이트소스를 만든다.
(뜨거운 프라이팬에 버터가 다 녹으면 불을 끈 상태에서 밀가루를 넣고 볶는다.
찬 우유를 붓고 약한 불에서 걸쭉한 상태가 될 때까지 끓인다) ③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 후 잘게 썬 재료들을 볶는다.
④우스타소스, 토마토 케첩, 밥 2공기를 넣고 볶는다.
⑤ 그라탕 그릇에 ④의 재료를 담고 그 위에 화이트 소스를 얹고 맨 위에 피자 치즈를 뿌린다.
⑥220℃ 오븐에서 10분 동안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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