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속 한나라, 위기 수습책은?

한나라당이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의 석방이 화근이 됐지만 공천 잡음에다 삼성으로부터 추가 불법자금 유입이 확인되면서 당 해체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다 소장파들의 지도부 퇴진요구가 당 내분을 증폭시켰다.

◇최병렬 대표의 결단=최병렬(崔秉烈) 대표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당 주변에선 오는 17일 예정된 관훈토론회에서 자신의 불출마와 조기 선대위 출범 등 수습책을 내놓을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남경필(南景弼)·권오을(權五乙)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의 '자기 희생적 결단' 요구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란 것이다.

하지만 최 대표가 정계은퇴나 다름없는 불출마 선언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표에서 물러난다고 당 내분이 수습된다는 보장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만큼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가 전방위에서 죄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13일 운영위원회에서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그는 "17대 총선 결과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만큼 맡기고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미래연대의 젊은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 지도부에 먼저 어떻게 해달라고 얘기하는 것이 순서"라며 섭섭함도 드러냈다.

◇수습책 뭘까=최 대표의 거취와 별개로 현재의 당 분위기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백가쟁명식 수습책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서 전 대표의 석방 요구 결의안 발의를 주도한 의원들의 배제방침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은 "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남긴 인사에 대해 단호히 공천에서 배제할 것"이라며 "박종희 의원의 공천배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당의 근간을 바꾸기 위한 제2창당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당내 모든 현안을 논의할 기구를 발족, 세대.지역.계층.이념을 아우르는 제2창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당내외 인사, 전문가,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제2창당준비위를 만들어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비롯, 당명 개정(국민공모), 천안 연수원 매각 등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도 "제2창당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가세했고 박찬종(朴燦鍾) 고문도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했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당 위기 수습을 위해 비상대책이 세워져 조속히 당의 지휘체제가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총선 전 전당대회 소집 후 대표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당내 의견이 어느 정도 축적돼야 하지만 공천과 맞물려 당장은 탄력을 얻기가 어려울 듯하다.

당 핵심 당직자는 "당명 개정, 연수원 매각 등을 통한 불법자금 환급 등 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대책이 없진 않지만 시기가 공천을 앞두고 여러 잡음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쉽지 않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