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아침, 발굴유적이 얼지 않게 하려고 덮어두었던 천막지와 거적을 벗겨내면서 발굴현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후대에 덮여진 흙들을 퍼내는 굴삭기, 호미로 땅을 고르게 벗겨 내거나 흙 속의 유물을 노출하는 현장의 어르신들, 토양색의 차이를 통해 유구를 찾아내 실측도를 작성하고 기록하는 연구원, 이들 모두가 유적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역사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는 선사와 고대로부터 이어져오는 무수히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이는 호남과 충청지역에 비해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발굴횟수나 출토유물의 수를 비교해 보더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물려받은 유적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주위의 유적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갖고있는 보물의 가치를 알려고 하지 않음과 같다고 하겠다.
지금 상주읍성의 동문 밖 복룡동에서는 청동기시대의 주거지와 조선시대의 대규모 건물터들이 발굴되고 있다.
발굴 이전에는 그냥 논으로 되어 있어 누구도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이곳의 발굴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아마도 상주의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복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발굴현장은 항상 긴장된 시간의 연속이다.
긴 시간 땅속에 묻혀 있던 유구와 유물을 처음으로 대하는 영광이 있는 만큼, 행여 발굴에 실수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유적과 유물은 오직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한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발굴의 두려움은 추운 날씨를 넘어서는 어려움이다.
유적은 발굴에 의해 역사적 가치가 알려지게 되지만 발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발굴은 유적이 개발로 인해 사라질 처지가 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혹자는 개발을 위한 발굴 그 자체도 유적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하기도 한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유적을 몰아내지 않는다면 유적발굴이 유적파괴로 오해되는 일도 없으리라 여겨진다.
박승규(영남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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