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대사 비밀 제대로 밝힌다" 역사소설 봇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중.일 고대사 문제를 천착한 인문과학 서적 및 역사소설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논박하거나 고구려의 정치, 문화적인 독자성을 강조하는 연구서들은 물론 소설의 형식을 빌어 우리 고대사의 비밀을 풀어낸 작품도 앞다퉈 출간되고 있다.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다"

20년 이상 고분벽화 연구에 매달려온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벽화여, 고구려를 말하라'(사계절 펴냄)를 출간했다. 전 교수는 이 책에서 고구려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으며, 무엇을 신봉하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벽화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덕흥리고분의 '13군 태수 배례도'나 안악 3호분의 '대행렬도'처럼 벽화 한 장면씩을 주제로 삼아 발굴이야기에서부터 발견된 벽화가 학계에 불러일으킨 논쟁, 중국 혹은 서아시아 지역과의 교류양상 등 벽화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들을 세밀하고 풍부하게 전달한다.

서길수 서경대 교수 등 22명이 쓴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중앙일보시사미디어 펴냄)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계기로 불거진 한.중 역사논쟁의 전말을 다뤘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의 실체를 정리하고, 한국 역사학계의 대처방안에 대한 의견을 담았다.

또 생활, 문화, 인종학적으로 고구려를 분석하고 BC 37년부터 AD 668년까지 엄존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화보와 함께 고구려 이전의 고조선과 이후의 발해 역사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최광식 고려대 교수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살림 펴냄)은 중국의 '동북공정' 추진으로 비롯된 고구려사 논쟁의 쟁점들을 정리하며 중국측 주장을 하나하나 논박하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고구려는 중국 영토 내의 민족이 건립한 지방정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조상인 예맥족이 세운 나라였음을 지적하고 그 역사성이 현재 한국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20여년간 고구려사를 연구해온 임기환 박사(한신대 학술원 연구원)는 첫 연구서인 '고구려 정치사 연구'(한나래 펴냄)를 통해 국가형성에서 멸망까지 700여년의 고구려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고구려의 발전과정과 사회성격을 규명한 저자는 고구려가 중원의 거대 국가와 맞서며 70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종족 국가로 다양한 북방문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자는 "국가형성 과정에서 나타난 5부 체제는 초기 고구려 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고구려가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국가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주몽, 성왕, 왕인 등 소설을 통해 부활

중견작가인 김제철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가 쓴 '사라진 신화'(고요아침 펴냄)는 고조선을 둘러싼 한.중.일 고대사의 비밀을 다뤘다.

소설은 방송국의 교양프로 프로듀서가 우리나라 남해안 작은 섬에 있는 진시황의 사신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가 바위에 남겼다는 문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남해석각(南海石角)'으로 불리는 그 문자는 '서불의 문자'가 아니라 고조선 성립기에 존재했던 회화문자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작가는 이로써 일제 강점기에 역사조작을 통해 신화로 전락했던 고조선을 역사의 실체로 부각시키고 있다.

최항기씨가 펴낸 '고주몽'(함께읽는책 펴냄)은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구려사를 다룬 역사소설. 고주몽의 고구려 건국사를 신화적 요소를 되도록 배제하고 당시 있음직한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소설에서 주몽은 말갈족을 무찌른 것을 계기로 소노부 연타발의 딸 월군녀와 정략결혼을 한 뒤 고구려를 건국한다.

이후 주몽의 측근들과 월군녀가 권력싸움을 벌이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정찬주씨의 '대(大)백제왕'(아래아 펴냄)은 백제와 일본의 고대사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작가는 백제의 성왕과 왕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에서 쇼토쿠(聖德) 태자상으로 알려져 일본인들이 해마다 참배하는 호류지의 구세관음상이 사실은 백제의 성왕상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에 한자를 전했다는 왕인은 백면서생의 학자가 아니라 강력한 씨족의 수장이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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