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지방분권은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일 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전략이다.
따라서 그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분권형 선진국가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참여정부가 출범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방분권의 강력한 추진을 선언한 참여정부에 대하여 그동안 지방은 많이 고무되었고 기대 또한 매우 컸다.
그러나 아직도 수도권과 지방간에는 경제, 문화,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지방분권의 실질적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되어 분권을 위한 법적 기반이 확립되었고, 또 그에 따른 로드맵이 마련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참여정부의 청사진대로 지방분권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앞으로 중앙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지방정부의 출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이고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방분권의 당위성 문제, 즉 지방분권의 목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방분권은 굳이 수도권에 가지 않더라도 지방에서도 수도권만큼 잘 살 수 있고, 자녀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으며, 복지나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방분권 중에서도 경제분권이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수도권 집중은 경제기능의 집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경제기능의 분산이 이루어져야 문화, 사회, 교육 등의 분산이 뒤따르게 된다.
지방재정의 확충을 위한 세제개편이나 지역균형발전도 수도권의 경제기능이 지방으로 분산되도록 유도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이 주어져야 한다.
한편, 점점 낙후되어가는 지방 중.소도시의 경제기능을 살리는 데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근래 이슈가 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역시 지방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교육분권이다.
지방주민의 수도권 이주 원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녀교육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일류대학의 진학을 위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지방대학 육성도 중요하지만 지방 소재 중.고등학교의 육성문제가 그만큼 더 시급한 실정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방에서도 열심히만 하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자치를 가능하게 하는 지방교육재정의 확충은 물론이고, 특수 목적고를 지방에만 설립토록 하고, 시.군 단위에서는 고교 비평준화를 계속 유지하며, 지방이 불리하지 않는 내신 위주의 대학입시 방법을 조속히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이외에도 권한을 이양받는 지방정부의 수권역량을 강화시켜주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늘어난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실정에 정통한 전문 인력의 개발과 그에 따른 조직관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권한의 이양으로 비대해진 지방정부가 자칫 비능률과 비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실정에 맞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된다.
현재 청와대와 지방분권추진위원회에 의해서 주도되는 하향식 추진방식에는 문제가 많다.
지방화 시대의 행정주체인 지방정부의 적극적 참여없이 추진하는 지방분권 정책은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방분권추진위원회와 자치단체가 제도적 개혁을 위해 실질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분권은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그것은 모든 분권 주체들이 분권화를 공동의 가치로 공유하고 협조해 나갈 때 비로소 그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여,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분권주체들을 설득하며 관리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지방정부가 건전하게 제 역할을 하는 나라가 선진국임을 깊이 인식하고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에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심우영(한국국학진흥원장.전 총무처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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