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들에게 악기는 분신과 같다.
악기에 대한 연주자들의 애착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1973년 빚을 안고 25만 달러짜리 바이올린을 샀다.
그 돈을 혼자 벌어 갚느라고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그는 연주여행 때 매니저들이 잡아 놓은 일류호텔을 마다하고 싸구려호텔을 전전했다.
혹시 팬들이 자신을 얼굴을 알아볼까봐 늘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 나왔다고 한다.
요즘의 정경화는 1734년작 과르네리 델 제수데로를 갖고 있다.
가격을 환산하기 힘든 올드 명기중의 명기로서 장영주도 쓰고있는 악기이다.
첼리스트 정명화는 1971년작 스트라디바리 브라가를 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은 1669년작 루지에리를 연주하고 있는데, 그녀의 연주를 듣고 감동한 미국의 한 여성독지가가 선물한 것이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프랑스 악기점에서 구입한 1697년작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사용한다.
얼마 전 열린 대구 공연때 걸출한 기량을 뽐낸 한국계 첼리스트 다니엘 리는 1725년산 카를로토니니를 대여해 쓰고 있다.
150만~200만 달러(19억~26억원)의 고가품이다.
다니엘 리는 자신에게 첼로를 가르친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로부터 명기 몬타냐나를 사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지만 돈이 모자라 사지 못해 내내 아쉬워 했다.
몬타냐나는 결국 세계적인 첼리스트 하인리히 쉬프 품에 넘어갔다.
대구지역의 연주자들은 어떤 악기를 갖고 있을까.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수억~수십억원짜리 명기를 갖고 있는데 반해 대구의 연주자들은 몇천만~몇억원 하는 악기를 갖고 있다.
악기 가격은 극비사항이라며 말하지 않는다.
오래된 수제 악기의 경우 정가가 없는데다 나중에 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향의 한 단원은 1908년작 이탈리아제 베가니 바이올린을, 다른 한 수석 단원은 과다니니를 갖고 있다.
한 첼로 단원은 1700년대 후반에 제작된 이탈리아산 벤타파니를 갖고 있는데 가격이 2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악기는 재산목록 1호다.
악기를 두는 방은 24시간 가습기를 틀어놓고 온도를 늘 확인한다.
화장실이나 식당을 갈 때도 늘 품고 다니며 한겨울에는 찬바람을 쐬지 않는등 정성을 쏟는다.
관 악기 중에는 목관악기가 금관악기보다 비싼 편이다.
플룻의 경우 대구지역의 연주자들은 3천만원 이상, 바순은 2천만원대, 오보에는 1천만원대 악기를 쓴다고 코스모스악기사 대구지점 임준희 이사는 뀌띔했다.
트럼펫이나 트럼본 등 금관악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 300~400만원대 악기가 주종을 이룬다.
명기는 명연주자를 만나야 제 빛을 발한다.
지휘자 권세홍(대구타악예술협회장)씨는 "같은 악기라 하더라도 연주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난다"며 "특히 오케스트라의 경우 무엇보다 연주자의 따뜻한 마음이 좋은 소리를 내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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