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4일은 정신건강의 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구.경북지회(지회장 김정범)는 이날을 맞아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부부폭력과 이혼, 부부갈등과 주부우울증을 주제로 기념식 및 시민 강연회(4월2일 오전 10시, 대구시민회관 소강당)를 마련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혼율 급증, 경제난, 고실업난, 향락적인 성문화, 인간존중 의식의 상실, 교육 문제 등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행복한 가정이 깨지고 부모 잃은 자녀들은 거리에 방황하고 있다.
가정파괴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4일 강연을 맡은 정신과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아 '가정의 위기', 그 원인과 해결방법을 알아본다.
◇부부폭력과 이혼(이죽내 경북대병원 정신과 교수)
부부폭력은 남편의 아내에 대한 신체적 폭력인 '아내 구타'가 대부분이다.
아내들이 생각하는 남편의 구타 이유는 이유없는 경우가 가장 많고 시부모와의 관계나 잔소리, 단순한 의견차이 등이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내의 잔소리와 불복종, 아내에 대한 의심, 자신의 열등감 등이 이유가 된다.
아내를 때리는 사람은 대체로 질투심이 많고, 여성과의 동등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잔인하고 가학적이다.
아내 구타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반복되거나 점차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 결과 매맞는 아내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장애, 적응장애, 각종 정신.신체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그들의 정신적 상황은 불안과 우울, 대인기피, 무력감과 절망감 등 '매맞는 여성 증후군'을 나타낸다.
따라서 폭력 발생 초기에 잘 대처해 폭력이 반복되고 습관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구타에서 해방되는 최선의 길은 이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이혼을 못하는데 있다.
남편의 보복이 두렵거나 자신의 무력감, 남편에 대한 의존, 전통적인 가정관과 여성관, 경제적 자립 불가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아내 구타를 사적인 부부관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구타 근절을 위한 사회.문화적 여건 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가부장문화의 타파, 여성의 권리증진, 민주적 가족상 확립 등이다.
이와 함께 폭력 방지를 위한 종교, 의료, 경찰, 법조, 행정기관, 여성 및 인권단체 등의 유기적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부부갈등의 해결(최상용 대구파티마병원 정신과 과장)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세계 상위권이다.
두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젊은 부부의 경우 부부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아이가 생기기 전에 이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을 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성격과 성장 배경, 가치관도 다른 타인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이렇지는 않았는데 최근들어 이혼율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우리가 아무도 참으려고 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참음으로써 갈등이 덮어졌다.
또 핵가족화로 형제가 줄고 놀이도 줄어, 싸움 조정능력을 습득할 기회가 감소돼 갈등 조정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핵가족화로 정서적 지지를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부담은 늘어나나 상호교류의 경험은 적어 어쩌면 오늘의 부부들에게 갈등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부갈등의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이혼하는 부부들 대부분이 원만한 사회 생활을 하고 있고, 각자의 성격은 다양하지만 대개 정상 범위이다.
성격차이로 이혼한다고 하나 사실은 성격차이를 조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한 쪽이 구제불능의 이상 성격인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많은 부부들의 갈등은 조정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상적인 갈등을 큰 문제로 인식한 나머지 어떻게 해결할지 엄두를 못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상담과 치료를 통해 조정이 가능한 것이다.
다음은 부부 화합을 위해 추천되는 일곱가지 수칙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자 △상대를 최대한 수용하고 최소한의 변화만을 요구하자 △나를 바꾸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다 △친밀감과 독립성의 균형을 찾자 △분노가 고조되면 일단 멈추자 △상대의 인격을 비난하지 말고 구체적인 문제행동을 지적하자 △싸움의 주제를 확대하거나 일반화하지 말자.
◇주부우울증(박영남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과 교수)
우울증은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2배 이상 많다.
우리나라에선 중년 주부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생리, 임신, 출산, 갱년기 같은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와 집안살림, 자녀교육, 남편 뒷바라지 등 '슈퍼우먼'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고부갈등, 부부갈등, 자녀문제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 등이 주부우줄증의 흔한 원인이다.
주요 증상은 우울한 기분, 흥미와 자신감 상실, 집중력 및 수면장애, 피로, 무기력감, 소화불량, 식욕저하 등이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80%는 장기간 반복해서 재발하고 학업, 직업, 가정 생활에 있어서 다양한 지장을 초래해 결국 가정불화, 이혼, 실직 등의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다.
심한 우울증은 10~15%에서 자살을 유발하며, 우울증에서 탈출하기 위해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하는 등의 부작용을 남긴다.
우울증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6~13개월간 증상이 지속되나,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3개월 이내에 호전된다.
그러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또 정신.사회적 스트레스나 정신내적 갈등, 대인관계 어려움이 존재하거나 인격문제가 공존하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지지정신치료, 역동정신치료, 인지치료, 대인관계 치료, 가족치료 등의 다양한 기법을 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참고할 만하다.
△부정적 생각 없애기 △완고하고 융통성 없는 생각 없애기 △자신을 칭찬하기 △술, 카페인의 지나친 섭취 금지 △긍정적 사고와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가족, 친구간 지지체계 활용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 생활 등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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