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협동은 가능한가

수컷 돌고래는 짝짓기 철이 되면 맘에 드는 암컷 돌고래를 얻기 위해 다른 수컷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 때 도움을 받은 수컷은 자기에게 도움을 준 수컷이 짝짓기를 할 때 같은 방법으로 보답을 한다.

어떤 종류의 박쥐는 배고플 때 먹이를 나누어 준 박쥐가 기아 상태에 처하면 자기의 뱃속의 먹이를 나누어 준다고 한다.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상호 협동 관계는 많은 종류의 동물에서 발견된다.

물론 인간사회에서도 신세진 사람에게 보답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더 나아가 인간사회는 자기에게 은혜를 베풀지 않은 사람에게조차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심지어는 자기희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재해가 발생할 때 구호의 손길을 주고 지하철에 뛰어든 사람을 살리고 자기는 죽는 경우도 있다.

사실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주고받기식 보답만으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즉 상호 보답식 협동은 그것이 초석이 되어 전체 사회적 협동과 신뢰의 확산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자기의 행복이 남의 희생으로부터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해야 하며, 그래야 자기 가족도 불안에 떨지 않고 살 수 있게 된다.

학자들은 이런 식의 사회적 협동을 통해 얻어진 상호 신뢰의 확장이 바로 그 사회의 정신적자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탄핵정국으로 인하여 형제, 친구마저 갈라서고 방송마저 편파적 선동과 일방적 비방으로 국민들의 균형 감각을 잃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협동의 확산은커녕 불신과 복수의 악(惡)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그러면 협동의 선(善)순환은 불가능한가. 나는 액샐로드의 '협동의 진화'라는 책에서 그 희망을 보았다.

"설혹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배신을 일삼는 치사한 모리배들이라고 해도 협동을 실천하는 소수의 집단이 존재하면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상호협동이 사회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는 그의 말에서 희망을 구하고자 한다.

사이비 정치인과 편파적 언론의 선동에 더 이상 놀아나지 말고 각자 자기의 분야로 돌아가서 협동적 소수가 되는 일에 충실했으면 한다.

전영평 대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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