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한식

한식(寒食)은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전통 4대 명절중 하나다.

그러나 세태변화에 따라 한식과 단오를 명절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살기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할 수도 있겠고, 현대적 사는 재미에 탐닉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할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론 한해의 시작인 설날과 추수의 기쁨이 담긴 추석에 비해 한식은 사람들 심성에 똑 부러지게 와닿는 명분이 없는 것도 한 원인일 수 있겠다.

쯠찬 음식을 먹는다는 뜻의 한식은 그 유래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개자추(介子推)전설이다.

개자추는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왕자 문공(文公)의 신하. 문공이 아버지 헌공(獻公)에게 밉보여 추방되었을 때, 19년 동안 망명생활을 함께 했다.

문공이 굶어죽을 지경이 됐을때 개자추는 자신의 넓적다리살을 베어 구어먹여 문공을 살렸다고 한다.

문공은 그후 진(秦)나라 목공(穆公)의 주선으로 왕위에 올랐다.

쯠문공은 자신을 따르던 충신들에게 벼슬과 봉록을 주고 치하했으나 간신들에게 속아 개자추에게는 아무런 보은을 하지 않았다.

실망한 개자추는 면산에 들어가 살았다.

문공이 뒷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개자추에게 벼슬을 주기 위해 불렀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문공은 그를 나오게 할 목적으로 산에 불을 질렀지만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노모와 함께 불에 타 죽었다고 한다.

문공은 개자추의 죽음을 안타까워했고 이때부터 이날이 되면 불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는 전설이다.

쯠한식은 동지를 기준으로 105일째 되는 양력 4월 5, 6일로, 봄이 무르익는 무렵이다.

새 봄을 맞아 임금이 새 불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내리기에 앞서 하루 동안 묵은 불의 사용을 금단했다는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고, 이날 유독 바람이 심해 불 사용을 금하고 찬밥을 먹게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한식은 새움 틔우기 좋은 날로 농가에선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날로 삼아왔고, 명절이었던 만큼 조상의 묘소를 찾아 차례를 지내고 묘를 손질하는 일을 우선했다.

쯠묘의 풀을 베는 사초(莎草)를 하거나 새 잔디를 다시 입히는 개사초(改莎草)를 하고 주위에 나무도 심었다.

올해는 60년만에 '손없는' 윤 2월이 들어 조상묘를 개장(改葬)하려는 후손들의 행렬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개장이란 것이 종래엔 이장(移葬)이나 합장(合葬)이 주종이었는데 반해 요즘은 화장(火葬)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8.6%가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싫든 좋든 한식의 명절분위기 퇴조는 불가피할것 같다.

김재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