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의 애환은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정신없는 출근길에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퇴근길.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아이를 맡기고 찾아오는 일까지. 서로가 지쳐 다툼이 늘어나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 처지에 서글픔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맞벌이'가 어디냐"며 아내와 자주 말한다.
도시 근로자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이지만 그래도 둘이 모아가며 사는 것에 가끔은 '살 맛'이 나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지만….
우리 가정의 재정은 모두 아내가 관리한다.
'재정'이라고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는 통장 관리와 작은 살림살이가 전부다.
나는 처음부터 아내에게 모든 통장을 맡겼고 틈틈이 용돈을 타 쓴다.
물론 비상시나 연말정산을 생각해 신용카드 한 장은 갖고 있지만 성실한 카드사의 우편물로 고스란히 아내에게 다 보고되기에 딴 주머니를 찰 겨를이 없다.
이렇게 모든 것을 아내에게 내맡기고 사는 것이 벌써 4년째.
그런데 요즘 나처럼 '아내에게 올인'하기보다는 '부부 독립채산제'로 각자 돈을 관리하는 부부들이 많은 것 같다.
서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는 아직까지 '올인'이 더 좋다.
아내가 특별히 돈 관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믿고 나를 맡긴다"는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또 아내에게 '주체적인 경제권'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월말이면 '마이너스 통장 매우기에 스트레스도 받겠지만, 그래도 한 가정의 '재경부장관'으로서 으쓱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사는 남편과 아이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을까….
우리 부부는 한달에 한두 번정도 재정을 챙겨보지만 들어오는 돈은 뻔하고 나가는 돈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도 이렇게 머리 맞대고 의논할 때는 비교적 '분위기가 좋을 때'. 돈 때문에 싸울 때도 많고, 어떤 때는 "니돈 내돈 따로 쓰자"며 한바탕 할 때도 있다.
특히 평화뉴스 창간할 때가 그랬다.
내가 이 일을 처음 말했을 때 아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떼돈을 벌겠다"고 나서도 말릴 판인데"돈은 좀 안되겠지만"이라는 꼬리표까지 달았으니 오죽했을까. 결국 석달간의 냉전 끝에야 정전협정을 맺었다.
'더 강력한 재정권'을 아내가 갖는 조건으로….
부부의 삶은 '카드놀이'가 아닌 것 같다.
상대방이 던진 카드를 보고 내 카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
내가 아내를 믿지 못하면 내 것을 내어주지 않게 되고 결국 카드놀이처럼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불안해하거나 아쉬워할 것이다.
모두 내맡기고 맞춰가는 삶. 우리는 아직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어김없이 말다툼을 하지만 예전보다는 덜하게, 예전보다는 짧게 끝난다.
그만큼 많이 맞춰왔고 서로의 '가진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유지웅〈평화뉴스(www.pn.or.kr)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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