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강남 한복판 수의 패션쇼가 열렸다

죽음의 옷이 산 사람을 꿰입고

산사람이 죽음의 옷에 담겨

조용히 전시중이다, 사람들은

수의 위에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조명 아래 수의는 참이나 환한데

수의 속 산사람의 몸은 무덤처럼

캄캄하다.

영원한 안식인 죽음은

죽은 몸 부릴 곳조차 없다.

이해리 '수의 패션쇼' 부분

윤달이 되었다.

윤달은 없는 달이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아니 궂은 일일 때만 그렇다.

오히려 좋은 일은 또 안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번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문이다.

글쎄, 실제로 그렇겠는가마는 마음이 좀 안정되는 것은 있는가보다.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이고 보면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수의 준비로 없애기보다는 이웃을 위한 작은 배려를 시작하여 바쁘게 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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