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패배의 쓴잔'-한번 낙선은 '병가지상사'

정치신인들에게 낙선이란 '보약' 이상이다.

쓴 패배를 감내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좌표를 새로 짜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낙선의 변'은 진지하면서도 때론 절절하다.

지역 최연소 출마자이자 여성후보였던 대구 달서병의 열린우리당 박선아(朴善兒)씨는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면서 "이번 패배를 새로운 출발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똑 소리나게 뛰겠다"며 지역구를 누볐던 그는 비록 당선권엔 못 미쳤지만 여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득표율 22.7%를 기록,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달서갑에 나섰던 무소속 박영규(朴永圭)씨는 "자갈밭에 꽃을 심는 심정이었지만 여러분들 덕에 무사히 먼 길을 달려올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선거기간 내내 '지역주의의 망령'과 '계보정치의 구태' 청산을 외쳤던 그는 "모자라는 것, 부족한 것, 고쳐야 할 것을 마음 깊이 새기면서 새롭게 정진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13일간 뛰면서 흘린 땀 한 방울의 의미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선거기간 중 "싹쓸이만 막아달라"며 단식까지 했던 윤덕홍(尹德弘.수성을) 전 교육부총리는 "지역 386세대들의 '깃발을 들어달라'는 요구를 뿌리칠 수 없어 출마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전 부총리는 "돈과 조직이 부실했고 늦게 출발해 준비도 적었다"면서 "선거에는 졌지만 '정치개혁'과 '지역 혁신'이라는 명분을 충족시킨 것 같다"고 의미를 두었다.

후보간 공방이 극심했던 영천에서 처녀 출전, 낙마한 무소속 이동근(李東根)씨는 "주위 분들께 위로를 받을 때마다 마음은 좀 아프지만 국회의원이 무얼 해야 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낙선의 실망을 빨리 잊어버리겠다"고 했다.

그는 또 "여러분들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언제나 여러분 편에서 올바른 길을 택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출신끼리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고령.성주.칠곡의 열린우리당 조창래(趙昌來)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비록 지역주의 앞에 무릎을 꿇게 됐지만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싸웠다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여러분의 노력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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