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고픈 아이 올곧게 키운 '참스승'

"눈 감을 때까지 그 은혜를 다 갚을 수나 있을는지요".

류태선(55.여.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스승의 날이 끼어 있는 5월만 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이들의 스승이자 류씨에게 너무나도 큰 베풂을 준 박상자(60.여.대구동원초교) 교사 때문이다.

더욱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긋나지 않고 착하게 자라 준 아들.딸을 보면 그 은혜에 다시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박 교사와 류씨 가족이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8년. 박 교사가 류씨의 아들 찬우(24)의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러나 당시 류씨는 아이들을 돌볼 형편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남편을 잃고 아이들만 달랑 데리고 서울서 대구로 내려온 류씨는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남의 돈을 빌렸다 사기를 당해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렸던 것.

"당시에는 빚에 쪼들려 생활이 엉망인데다 빚쟁이들에게 쫓겨 아이들을 학교에조차 보낼 여력이 되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소식을 전해들은 박 교사가 두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단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으로 데려와 숙식을 같이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교사도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다.

빚만 잔뜩지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 사글셋방에서 삼남매를 어렵게 키우는 형편이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힘을 내라고 류씨에게 용기까지 북돋워줬다.

"아이들을 맡긴 것도 죄송한데 믿을 것 없는 저에게 신용카드까지 주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셨죠".

류씨는 2년이 다 되어서야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1997년 다시 상경, 지금도 넉넉지 않게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부자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류씨의 옆에는 장성한 두 남매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딸 지운(27)씨는 스승의 큰 은혜를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세상에 나누어주고 있다.

아들 역시 바르게 자라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류씨는 "비바람 막아주는 지붕아래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반듯하게 자라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박 교사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고 했다.

박 교사는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 지난 2000년 정년퇴직을 한 후 지금은 계약직 교사로 동원초등학교에서 또 다른 제자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다.

"자칫 삐뚤어지기 쉬운 나이에 내 자식처럼 아이들을 돌봐주신 그분의 너무나도 큰 사랑을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몰라 인사조차 섣불리 건네지 못했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너무나도 큰 스승 한분을 만났습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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