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시각-"환경조작 곤란…시장에 맡겨야"

레닌이 주도한 러시아 혁명은 불꽃이란 뜻의 신문인 '이스크라(Iskra)' 창간으로 제 궤도에 올랐다.

이스크라는 공산혁명을 위한 '집단적인 선동자요 집단적인 조직자'였다.

이 신문에게 프롤레타리아의 '분노의 불꽃을 전체적인 큰 불로 확대시켜 주는 거대한 한 쌍의 풀무' 역할을 수행했다.

제정 러시아의 청년장교들이 볼셰비키 혁명군에 대항하다 모스크바 벌판에 쌓인 흰 눈에 빨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은 러시아 혁명사의 압권이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언론관에 따르면 "신문은 대포보다도 더 무서운 무기"였으며 "이러한 무서운 무기를 왜 적의 손에 넘겨주어야 하느냐"는 논리에 따라 인쇄 노조원이 역검열을 실시했다.

정권을 거머쥔 공산당은 소비에트 언론사의 모든 소유권을 장악하게 된다

원로 언론인이며 KBS사장을 지낸 박권상씨에 따르면,1980년은 '한국언론 100년 역사상 가장 잔인한 탄압'이 이루어졌다.

신군부는 정권을 장악한 후 곧바로 언론통폐합 조치를 취했다.

또 그 해 11월 12일 입법회의에서 사회개혁의 일환으로 '여론형성에 관한 언론의 공적기능을 강화'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언론기본법을 통과시켰다.

그 후 친정부적인 언론인을 앞세워 여론을 장악하고 또 조작했었다.

역사는 반복되며, 또 비판하면서 닮아가는 것일까.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한 여당이 언론발전위원회를 구성하며,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언론개혁 법안을 연내에 국회에 상정한다고 한다.

이 내용이 입법화되면 보수언론을 제외한 상당수 신문사와 그 종사자에게 각종 특혜가 내려질 전망이다.

마치 신군부가 살아남은 언론사를 회유했던 방식처럼. 당시 KBS와 MBC는 '돈 찍어내는 기계'로 불릴 만큼 방송시장의 독과점 이윤을 챙겼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국가이익을 앞세우며 소위 체제순응적인 '공영방송 저널리즘'을 실천한 댓가였다.

권력의 정당성과 무관하게 효율적 통치를 위해 여론을 장악하고,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또 그것을 가능케 하는 언론환경을 만들려는 발상은 위험하다.

시장자본주의에 근거한 민주주의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

그러한 시도는 늘 어리석었다.

결국 신군부와 소비에트 공화국도 무너지지 않았던가. 심재철 (고려대 교수.k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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