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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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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하게 늘어선 노점상들과 여기저기 널려있는 간판들 사이로 팍팍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 쏟아지는 "골라 골라" 목청에 갖가지 사람살이의 애환이 뒤섞이는 자리. 언제나 그렇듯 재래시장은 난전(亂廛)이다.

하지만 이런 널어진 모습들이 오히려 정겨운 시장통 풍경은 우리의 삶처럼 자연스럽다.

시장이 만들어내는 이같은 흐트러진 분위기는 화려한 현대식 마켓과는 또 달리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시장은 여전히 물건을 사기 위한 쇼핑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바쁜 도심의 일상에 가려진 우리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애써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한번 보고 가여"라며 퉁명스럽게 외치는 아낙네의 표정이나 주위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말다툼이 살갑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들의 진솔한 삶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획일화된 점원들의 미소나 포장된 친절은 없지만 술기운에 내지르는 타령과 흥정, 멱살잡이하는 소음이 재래시장의 하루를 더욱 바쁘게 만든다.

시장에는 온갖 인간 군상들이 모여든다.

몸집이 넉넉한 시골아줌마와 청춘남녀도 보이고, 싼 물건을 고르는 주부나 할아버지 손을 꼭잡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계집아이도 눈에 들어온다.

더러 점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동냥을 구하는 사람도 시장을 이루는 한 식구다.

시장통에는 갖가지 사연들을 감춘 다양한 표정들이 쉼없이 교차하고 시장은 찾는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이 부대끼며 분주함을 만드는 시장은 오늘도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다.

재래시장은 도심 속 박물관이기도 하다.

패랭이(신분 낮은 사람의 갓)와 곰방대, 용수(옛날 간장통의 일종), 참빗까지. TV 사극에서나 볼만한 물건들이 조용히 시장 한 모퉁이를 채우고 있다.

또 가물치, 잉어, 자라, 개구리, 고양이 등 생물들이 시장에 퍼득퍼득 날뛴다.

평범했지만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풍경들은 아직도 재래시장을 추억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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