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캠프워커, 주민초청 이색 '밤샘 계주'

"한국 암환자 힘내세요"

21일 오후 6시 대구시 남구 봉덕3동 캠프워커 헬기장 앞. 운동복 차림의 시민과 미군 장병 등 4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탕'하는 총소리와 함께 서서히 잔디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다.

이 행사의 이름은 '제3회 암 인식 계주 행사(CARE:Cancer Awareness Relay Event)'. 암(癌)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투병 의지를 돋우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라이트가 켜진 운동장에서 이날 밤부터 다음날 오후 2시까지 400m 트랙을 걷거나 천천히 달렸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 팀을 이뤄 걷거나 달리다가 힘이 들면 다른 팀원과 교체하면서 밤을 꼬박 새우고 20시간 동안이나 운동장을 돈 것.

행사에 참가한 대구외국인학교 교사 캐더린 크라우스(42.여)씨. 그녀는 이마의 땀을 연신 훔치며 "어머니가 예전에 직장암에 걸려 5년간 투병생활을 했다"며 "20시간 내내 운동장을 도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같은 학교 선생님과 쌍둥이 딸을 데리고 한바퀴씩 교대해가며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미군 제36통신대대 지원대장 조선호 상사(32)도 "내가 열심히 뛰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며 "13바퀴를 혼자 돌았는데 앞으로는 속도를 조절, 결승선에 도달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인근 주민 100여명도 참가, 행사를 더욱 빛나게 했다.

주부 이인선(34.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미국인 친구를 통해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는데 취지가 너무 좋아 가족과 함께 참여했다"며 "우리도 이런 행사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밤 10시에는 암을 이겨낸 미국인 3명이 나서 자신이 암을 극복한 과정을 이야기하며 환자와 가족들의 투병 의지를 북돋웠다.

또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암투병자들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행사를 주관한 미군 제168의무대대 부대대장 래리 패터슨(38) 소령은 "건강의 중요성과 암에 대한 인식을 지역사회에 알리고자 하는 행사"라며 "역대 행사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는데 특히 대구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줘 감사하다"고 했다.

한편 미군은 22일 '美 육군의 날(Armed Forces Day)'을 맞아 오전 10시부터 5시간 동안 캠프워커 기지를 개방하고 군용 장비 견학 및 바비큐 시식회 등을 가졌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사진 : 대구 남구 캠프워커는 이웃주민들을 초청, '암 알기' 함께 이어달리기 행사를 가져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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