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에로 스릴러 '원초적 본능'을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본 이들은 느낄 것이다. 유독 중요 지점에만 이르면 '지지직~'거리는 것을. '뭔가'(?)를 보려고 무진 애쓴 흔적들이다.
리모컨을 들고, 컴컴한 방 한켠에서 브라운관을 응시하는 시선.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도 샤론 스톤의 '그 어떤 것'을 볼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잘려나간 장면들을 캡처한 이미지가 나중에 인터넷에 떠돌아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그 현실은 여전히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유독 한국 관객은 '헤어누드'에 집착하는 편이다. 금지된 것이기에 더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옷을 벗은 연예인들의 누드에서도 '헤어냐 아니냐'가 초미의 관심. 물론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일. 그 틈을 비집고 '보였다' '안 보였다' 말도 많고, 기획사도 그 경계를 오가면서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DVD시대로 넘어오면서 영화 속 헤어누드는 많은 관대해졌다. 비디오판처럼 편집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헤어누드'가 더 이상 금기 품목이 되지 못하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멀리서 잡은 여배우의 헤어누드나, 옆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살아났다. 나스타샤 킨스키의 '캣 피플'(1982)도 그 중 하나다.
폴 슈레이더 감독의 '캣 피플'은 나스타샤 킨스키의 순수하면서 도발적인 이미지 하나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캣 피플'은 근친상간의 원시적 공포를 스릴러로 그려냈다. 흑표범에 찢겨져 나가는 창녀의 살점처럼 섬뜩하면서도 주술적인 느낌이 강했다.
순진한 처녀 이리나(나스타샤 킨스키)와 오빠 폴(말콤 맥도웰). 성장한 후 뉴 올리언즈에서 처음 만난다. 둘은 '표범 인간'이다. 표범에게 제물로 바쳐진 선조들의 유전 형질이 표범에 남아 반은 동물(캣), 반은 인간(피플)이다.
근친상간만이 인간의 모습을 유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리나는 이를 거부하고 인간 올리버를 사랑한다. 그와의 첫 섹스를 나누면서 영원히 흑표범으로 남게 된다.
'캣 피플'의 장르는 에로틱 스릴러. 말콤 맥도웰이 스릴을 담당했다면 에로틱은 나스타샤 킨스키가 담당했다.
사실 그녀의 움직임은 모두 에로틱한 연상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도톰한 입술에 빠질 듯한 눈, 하얀 피부에 작은 가슴... . 카메라가 움직일 때마다 관객은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했다.
80년대 초 남성 영화관객은 모두 편집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몇 장면만 봐도 잘렸는지 안 잘렸는지를 직감적으로 감지해냈다.
속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킨스키가 찰랑거리는 잠옷을 입고 나올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 숲 속을 걷는 그녀의 발치에 잠옷이 흘러내린다. 그렇다면 알몸? 그러나 카메라는 튄다.
음악까지 튄다. 갑자기 '공간이동'까지 나온다. 결국은 잘려나간 것이다.
DVD 타이틀 속의 나스타샤 킨스키는 달빛을 받아 눈부신 알몸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언뜻 헤어누드도 비친다.
그 뒤 여러차례에 걸쳐 알몸이 나온다. 처녀를 잃을 때, 영원히 동물로 남게될지도 모르면서 치르는 마지막 섹스에서도 알몸이다. 카메라를 보고 선 모습의 헤어누드도 잘리지 않았다.
최신 DVD플레이어는 특정 부위를 확대하는 기능까지 있다. 일시정지에서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원초적 본능'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감질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어떤 한 부위를 보기 위해 기하는 엄청난 노력'에 대해 제약을 거는 경우도 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물 속의 칼' DVD에 '빨리 돌리기'와 '뒤로 가기' 기능이 안되도록 해놓았다. 영화관에서와 같은 자세로 봐 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폴란스키. 잘려 나간 필름을 봐야 하는 한국 관객의 형편을 이해할까?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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