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습지 생태복원 3개월째-전국 최대 인공습지로 변신중

대구시가 달성군 화원읍 일대 '달성습지'에서 생태복원 사업의 첫 삽을 뜬 지도 3개월째를 맞았다.

20여년 전만해도 소중한 철새 도래지이자 수생 자원의 보고였던 이곳은 이후 골재채취와 농경지 개발 등으로 인해 습지 본래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시는 2007년 말까지 이곳에 여러 형태의 습지를 복원, 전국 최대의 인공 습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75억원 투입, 대규모 '인공 습지'

"예전엔 흑두루미, 황새도 자주 날아 들었고 수생 화초나 물고기, 양서류부터 고라니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달 26일 취재진이 찾아간 달성습지. 덤프트럭들이 제방 길을 따라 뿌연 먼지를 날리는 이곳은 한때 천연기념물의 보금자리였다는 사실을 거의 실감할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습지는 사토가 퇴적되고 잡초가 우거져 넓은 '사막'으로 변해 있었고, 골재채취로 강바닥과 주변이 파헤쳐져 먼지처럼 가는 흙만 풀풀 날렸다.

인근 주민들이 습지를 메워 불법 경작한 옥수수밭, 감자밭만 군데군데 눈에 띌 뿐이었다.

이처럼 유수지 기능을 지닌 습지가 없어짐으로써 지난해 태풍 '매미' 때는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기기도 했다.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와 황새 등 철새들도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고 있다.

시는 이 버려진 땅을 4, 5년 내 전국 최대의 생태관광지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종합건설본부 토목과 차은호 담당은 "얼마전 환경부장관이 이곳을 방문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며 "조만간 수초가 우거지고 철새들이 날아드는 아름다운 습지로 부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달성습지는 달성군 화원읍 강정~화원유원지 일대, 금호강과 낙동강 합류지점에 펼쳐진 60만㎡(18만평)에 이르는 넓은 들판(국유지)이다.

국내 21개 주요 습지에 속해 있으며 전형적인 내륙형 하천습지다.

시는 이 중 18만㎡(5만3천평)를 인공습지로 복원하기 위해 지난 3월말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공사 진척도는 10%가량. 습지로 꾸미기 위해 60만㎥의 흙을 퍼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6만㎥가량을 굴착해 냈다.

이곳에서 파낸 흙은 인근 죽곡 택지지구에 매립하고 있다.

달성습지 생태복원 사업은 7년간 총 75억원(국비 22억8천만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토목공사다.

올해만도 9억2천만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서울 양재천,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등에 뒤지지 않는 생태복원 공사다.

◇어떤 모습으로 복원되나?

복원되는 달성습지는 '수로형 습지', '폐쇄형 습지(2곳)', '개방형 습지' 등 총 4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습지 원형을 최대한 살리고 다양한 형태로 꾸미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거쳐 이렇게 결정됐다.

습지는 인접한 강바닥보다 0.5~1m가량 깊이 조성돼 강이 마르더라도 장기간 강물을 확보할 수 있다.

길이 670m에 이르는 수로형 습지에는 강물이 자유롭게 흘러들어 왔다 나간다.

폐쇄형 습지는 물이 빠지면 습기를 가득 머금은 강 바닥 형태로 유지된다.

폭 300m, 길이 450m의 개방형 습지는 하천방향으로 수문이 열려 있다.

습지 둘레에는 80만본에 이르는 다양한 수생식물들을 심어 군락을 이루게 할 계획이다.

꼬리조팝나무와 키버들, 갈대, 꽃창포, 털부처, 줄, 물억새, 부들, 붓꽃, 연꽃, 수련, 석잠풀 등이 습지를 따라 피어나 철새와 수생 생물들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습지 한 가운데는 새들이 쉴 수 있는 횃대가 설치되고, 습지와 호안이 만나는 경사면에는 야자섬유두루마리와 야자섬유네트를 설치, 수생식물들의 이탈을 막아준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구영수 과장은 "복원공사가 완료되면 멸종위기종인 황새와 흑두루미, 수달 등 천연기념물 10종, 보호야생종 12종, 모감주나무 군락 등 희귀자원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며 "생물 다양성 확보와 수질정화 작용을 통해 환경생태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 내다봤다.

◇사업 성공의 관건은 '수리 대책'

시는 학계와 환경단체, 토목 전문가 등 7명의 자문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 사업 전단계에 걸친 종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인공습지가 홍수 등으로 인해 쓸려 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 해외의 생태복원사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수리예측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다.

경동정보대 토목과 박기호 교수는 "달성습지 일대가 상습적인 홍수피해가 발생했던 곳인 만큼 한 번의 집중호우로도 인공 습지의 형태와 주변환경이 모두 무너져버릴 수 있다"며 "이 일대를 대상으로 한 수리모형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홍수 발생시 일대 지형에 미치는 수위변동과 쇄골현상 등의 영향을 미리 시뮬레이션해야 한다는 것. 박 교수는 이를 위해 6월 말쯤 외국인 전문가들을 초청,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박사는 "인공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지형을 여러 형태로 꾸미면 이곳에 적응하는 생물상도 다양해진다"며 "훼손상태를 그대로 방치하기보다 인공적인 손질을 통해서라도 자연을 살려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경습지보존연대 이상원 위원장은 "사업 초기때인 90년대 후반엔 인공적인 복원을 하지 말고 자연적으로 복원되기를 기다리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이미 훼손정도가 심각하게 진행돼 공사가 불가피했다"며 "달성습지가 대구의 그린시티 이미지를 알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사진: 대구시가 '달성습지' 생태복원 사업의 첫 삽을 뜬 지 3개월째를 맞았다. 사진은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달성습지(자료사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