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녀가 뜬다

'나쁜 여자'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자유롭고 씩씩한 여성들이 등장하는 TV 드라마가 열렬한 지지를 받고 '나쁜 여자'를 소재로 한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에는 '나쁜 여자가 되자'는 모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나쁜'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뒤집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못되거나 파렴치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여성에게 강요하는 말과 행동을 거부한다는 의미이다.

즉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언제나 당당하고 강한 여자라는 현대적인 의미를 담아 반어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전파를 탄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20~30대 여성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30대 초반 평범한 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결혼하고…'는 그동안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예쁘고 얌전하며 돈도 잘 버는 여성상을 여지없이 박살낸다.

일과 사랑 중 어느 것 하나 맘대로 안되는 신영, 소녀 가장 순애, 남편에 맞서 바람을 피우다 이혼당한 승리 등 세 여성은 고단한 처지를 슬퍼하거나 비관하지 않는 당당한 '나쁜 여자'이다.

이 드라마는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트랜드를 주도하는 광고계에서도 '나쁜 여자 마케팅'이 한창이다.

자신의 면전에 서류 뭉치를 집어던지는 직장 상사를 흠씬 두들겨 준 후 친구들과 즐겁게 과자를 먹는 제과회사 광고도 있고 길가에 세운 차안에서 남자친구의 전화를 매몰차게 끊으며 휴대전화를 내팽개쳐 버리는 광고는 카피가 아예 '나쁜 여자의 커피'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에는 '나쁜 여자 되기'를 목적으로 한 클럽 10여개가 개설돼 활동 중이다.

'나쁜 여자가 되어 원하는 것을 다 가져라' 클럽의 경우 문을 연 지 두 달만에 회원수가 1만명을 넘었다.

이 클럽에는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 '동료에게 사랑받을 생각은 버려라', '부탁하지 말고 요구해라' 등 나쁜 여자가 되기 위한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나쁜여자' 게시판을 운영하는 김에스더씨는 "세상 모든 여자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나쁜 여자를 꺼낼 수 있는 데까지 꺼내기 위해, 또한 그렇게 노력하는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세 주인공은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나쁜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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