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병 1사단 '구보문화'

'해병대 구보 문화를 아시나요?'. 구보란 달리기를 뜻하는 군대식 용어. 해병대 1사단과 예하부대들은 매일 오후 4시만 되면 어김없이 구보를 시작한다.

지휘관부터 갓 전입한 이등병까지 전 장병이 해병대를 상징하는 빨간색 체육복을 입고 구보에 나서 이 시간이면 구보로에는 빨간 물결로 넘쳐난다.

가쁜 숨과 열기 어린 땀내음을 한가득 내뿜으며 내달리는 장병들의 모습에 해병대의 강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계급과 신분에 상관없이 동일한 복장으로 함께 뛰며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영내에서 진행되는 구보는 1.5㎞부터 하프코스인 21.097㎞까지 다양하다.

자신의 체력과 목적에 맞게 적절히 선택해 달리면 된다.

달리는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가장 보편적인 유형은 전투체력 유지형.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이 유형을 즐긴다.

전투체력 유지형인 박종상(朴種相.39) 소령은 뛰는 자세부터 절도와 규율이 엄격한 군인의 모습이다.

박 소령은 "20대 초반의 신세대 장병들에게 체력적으로 뒤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뛴다"고 했다.

선수형도 있다.

마라톤 대회 출전을 목표로 뛰는 전형적인 선수형인 박진석(朴進錫.44) 상사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매일같이 10㎞ 이상 달린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만도 이미 지구 한바퀴를 넘어섰다.

박 상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나 외박까지 내면서 27차례나 참가, 7번을 완주했다.

인격수양형 구보를 하는 백성재(白聖在.44) 상사는 "홀로 구보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라며 "더 없는 육체적 고통이 몸과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 주고 더욱 강한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며 구보 예찬론을 펼쳤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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