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300여 년 전의 한 개혁 논쟁이 지금도 볼 만하다.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에서 있은 일이었다.
사기열전에 따르면, 대업에의 야심에 찬 그 나라 군주 효공은 나라를 부강케 해 줄 인재를 초빙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위(魏)나라에서 재상으로 천거됐으나 그곳 군주가 재목임을 알아주지 못했던 공손앙(公孫 鷗)이 나라를 바꿔 진 나라를 찾아 갔다.
공손씨가 제시한 부강책은 전에 없던 혁신적인 것이었다.
진나라 대신들은 그의 개혁론에 완강히 반대한다.
"성인은 백성들의 풍속을 고치지 않고 교화하며, 지혜로운 자는 법을 고치지 않고 다스립니다.
풍속에 따라 교화하면 노고 없이 성공할 수 있고, 기존 법에 따라 다스리면 관리는 관례에 익숙하고 백성들은 안심할 것입니다".
공손씨의 대응 논리도 강고했다.
"그렇게 한다면 일반인들은 옛 풍속에 안주하고 학자들은 배운 바에 빠져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법을 지키는 것은 할 수 있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문제는 함께 논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법에 제지당하며, 현명한 자는 예를 고치고 평범한 자는 예에 구속됩니다".
또다른 대신이 나서서 반대 논리를 폈다.
"100배의 이익이 없으면 법을 고쳐서는 안되며 10배의 효과가 없으면 기(器)를 바꿔서는 안됩니다.
고법(古法)을 본받으면 잘못이 없고 고례(古禮)를 따르면 간사함이 없습니다".
공손씨의 반론이 이어졌다.
"세상을 다스리는 방법에는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나라에 이롭다면 고법을 본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은 고법을 따르지 않았지만 왕업을 이뤘고, 하나라 걸왕이나 은나라 주왕은 예를 바꾸지 않았지만 멸망했습니다.
고법을 반대하는 사람이 비난 받아서는 안되며, 고례를 따르는 사람이 칭찬 받을 일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여전히 이런 수준의 논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치와 언론을 개혁하지 않으면 경제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강한가 하면, "살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나 하고 있나" 하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상황이 더 나쁜 것은, 멍석을 깔아주자 덜 익은 생각까지 너나없이 마구 뱉어 내려 하는 것인 듯 하다.
여건이 그렇지 못했더라면 꼭꼭 몸을 숨겨 자신의 안위나 챙기고 있을 듯한 사람들까지 자신이 가장 정의롭고 애국적이며 희생적인 투사인양 떠들고 나서는 것이다.
모레가 현충일이다.
자신의 자동차 내부를 더럽히지 않겠다고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내던져 버리는 사람들, 후손 위해 모든 것 바치고 간 선현들에는 생각도 미치지 못한 채 현충일 날 놀러갈 채비부터 하는 사람들은 이제 좀 빠졌으면 좋겠다.
일제시대였더라도 나라를 위해 논밭 팔아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 사람들,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라면 스스로 나라 위해 총을 메고 나섰을 사람들, 깊은 고뇌를 거쳐 그렇게 명징한 국가의식과 헌신성을 갖춘 사람들에게 주로 마이크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적잖다.
대신, 진정 국가에 대한 헌신성과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진 분들에겐 중구난방에 흔들리지 말고 갈 길을 당당히 걸어 주길 기대하고 싶다.
이 부분과 관련 있을 것 같은 공손씨의 말은 사기열전에 다음과 같이 정리돼 있다.
"어리석은 자는 이미 이뤄진 일에도 어둡지만 지혜로운 자는 그 일을 앞서서 알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과는 성과는 함께 누릴 수 있지만 일을 시작할 때 함께 논의할 수는 없습니다.
큰 성과를 이루는 사람은 범인과 상의하지 않으며 지고한 덕을 논하는 자는 세속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구례를 좇지 않으며, 나라를 강하게 할 수 있다면 구습을 따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행동을 하는 자는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 마련이며 탁견을 가진 자는 반드시 백성들로부터 오만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확신 없는 행동에는 공명이 따르지 않고 확신 없는 사업에는 성공이 없습니다".
어떤 분이 알려준 데레사 수녀의 말씀도 전해 올리고자 한다.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 그래도 사랑하라 // 당신이 선한 일을 하면 이기적 동기에서 하는 것이라고 비난받을 것이다 / 그래도 좋은 일을 하라 // 당신이 성실하면 거짓된 친구들과 적을 만날 것이다 / 그래도 사랑하라 //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을 것이다 / 그래도 그렇게 하라 // 당신이 여러 해 동안 만든 것이 하룻밤에 무너질지 모른다 / 그래도 만들라 //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도와주면 공격할지 모른다 / 그래도 도와주라 // 좋은 것을 주면 당신은 발길로 차일 것이다 / 그래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라". 동부지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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