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2개월이 지났다.
고속철이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어 신나게 달리고 있지만 대구에서는 1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문제 하나가 아직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대구 도심 통과구간의 '지상화' 또는 '지하화' 문제다.
지난해 7월 대구시는 '29km 직선지하화'를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최종 결정되지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11일 대전시가 '철도 주변 개발을 전제로 한 지상화'를 결정했다.
이때문에 대구에서도 '지상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한국도시철도공단은 오는 8일 대구시의회에서 설명회를 연다.
'지하화' '지상화' 어떻게 된 문제인지 살펴본다.
"개인적으로는 지하화를 반대합니다.
세계적으로도 고속철의 도심 통과방식이 지하로 된 곳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고객의 입장이나 사고위험 문제 등을 고려하면 지상화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하화 방안이 공론을 통해 나온 것인 만큼 이 역시 존중되어야겠지요".
대구시의 한 고위간부는 고속철도의 대구 도심통과 방식에 대해 '사견'임을 거듭 강조하며 '지상화'의 편을 들었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뀐 것 아닙니까. 그 때는 '지상화'란 말을 꺼내면 마치 '역적'이라도 되는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명분에 얽매여 옛날 주장을 꼭 고집해야 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요. 실익이란 측면에서 다시 한번 접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간부 공무원도 고속철의 도심통과 방식에 대해 '지상화'를 찬성한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이처럼 대구시 공무원들의 '지상화' 찬성 분위기는, 비록 공개적으로 하지는 못하지만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고속철도 주변 주민들은 더욱 적극적이었다.
지난 5월18일 대구에서는 보기 드물게 고속철 지상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주민들이 대구시의회 강황 의장실을 찾았다.
이들은 서구 비산동 등 경부선 철길 주변의 주민들과 대구 서구의회 의원들. 철길주변과 관련있는 대구시의원들도 모였다.
이 자리에서도 명분보다는 실리를 따져 '개발을 위한 지상화' 발언이 잇따랐다.
"철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소음과 개발 지연 등 각종 불편을 수십년동안 참아왔습니다.
더 이상 그냥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대전처럼 복복선으로 지상화하고 주변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지상화 추진 1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조한기(58)씨 등 서구 주민들은 고속철도가 지나는 중.동.북구 지역의 주민들과 연대, 철로 주변 지역의 대대적인 개발과 연계한 지상화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서명운동을 통해 지상화의 공감대를 전 시민들에게 넓혀 가고, 대구시와 시의회 등 정치권, 정부당국에 지상화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의회 강황 의장도 "지상화가 지하화보다 대구의 도시 개발에 더 큰 도움이 된다면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 대구시와 정부당국 등에 이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의회는 지난달 한국철도시설공단측에 지금까지 진행된 도심통과 방식에 대한 설명회를 요청, 8일 시의회에서 하기로 했다.
대구의 도심통과 방식에 대한 입장 변화는 지역사회 뿐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하화'가 도심의 분단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상화'가 사고 위험성이나 승객 서비스, 지역 개발 등의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최근들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게다가 철길 주변의 대대적인 개발을 전제로 한 대전의 지상화 발표도 대구에서 한몫하고 있고,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도 지상화 분위기를 더욱 거들고 있다.
지난 2월 국회에서는 박승국 전 의원이 지상화에 의한 도심통과 방식을 주장했다.
또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도 국회에 출석, "대구지역의 국회의원 절반이 도심 구간의 지상화를 통해 주변 지역 개발을 위한 투자를 해줄 것을 원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강장관은 지난달에도 임인배 의원과 만나 "대구시가 지상화를 희망하면 절감되는 사업비 7천억원을 지역 발전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랫동안의 논란끝에 대구시가 시민들의 뜻을 수렴해 공식입장으로 정리한 '29km 직선 지하화' 방안을 무작정 용도폐기하려 해서는 안된다.
지상화의 장점이 '명분'에 밀려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한번 '지하화' '지상화'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최종 결론을 내어야 한다.
최단시간내에 마무리지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그동안 건설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도심통과 방식에 대한 용역과 토론회.공청회 등 필요한 작업을 해온 만큼 이번에도 같은 절차를 밟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불과 1년전에 지하화를 공식입장이라고 밝힌 만큼 지상화를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기 때문.
김돈희 대구시 도시건설국장은 "대구시가 직접 나서서 지상화 문제를 다시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도심통과 방식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없다면 대구시로서는 현재 지하화라는 예전의 공식 입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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