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시 비판영화 '화씨 911' 25일 全美 개봉

미국 대통령 선거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9.11 대처방식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도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이 25일 미국내 900여개 개봉관에서 일제히 상영된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영화의 감독 마이클 무어 는 이 영화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던 사람들도 일단 영화를 보고나면 자기 편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해 개봉직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찬반 논란은 멜 깁슨이 만든 종교영화인 '패션(Passion of the Christ)'에 비교된다. 영화 '패션'도 역시 개봉 직전까지 그 잔인한 장면들 때문에 찬반논란에 휩싸였지만 결국은 그런 논란이 흥행의 대성공으로 귀결됐다.

USA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퓌그는 이 영화에 대해 "화씨 9.11은 올해 반드시 봐야할 영화"라면서 "이라크전과 부시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이 도큐멘터리의 통렬한 공격은 유익하고, 도발적이며, 무시무시하고, 감탄하게 하며, 웃기며, 교묘하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이 영화는 부시 대통령이 골프를 치고 휴가를 가고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 재벌들과 멋진 호텔에서 악수를 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무어는 "부시가 바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쉽다"면서 "그가 스스로 하는 말과 그 자신이 그리는 그림들이 그것을 말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부시는 9월11일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나의 애완 염소'라는 책을 학생들에게 읽어주고 있을 때 두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다는 보좌관의 보고를 듣는다. 그는 보고를 듣고나서도 7분동안 어린이들과 앉아있다. 이 영화는 또 부시 가족과 빈 라덴 가족간의 사업관계를 시사하는 등 사실적인 면에서도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를 가장 싫어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측과 그의 지지자들이다. 백악관의 댄 바틀렛 공보국장은 최근 이 영화가 "터무니 없는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4일 백악관은 지난봄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대량파괴무기 정보를 비판한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담당관의 책 '모든 적에 맞서(Against All Enemies)'를 조목조목 비판했다가 오히려 그의 책을 선전해준 결과가 된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무어의 영화에 대한 평가를 극도로 삼가고 있다는 것.

백악관 소식통들은 또 부시 대통령이 기자들로부터 이 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경우 가볍게 농담으로 대답하고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 영화와 싸우는 인상을 주는 것은 그의 선거운동에 별로 유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편 무어는 이 영화에서 민주당측을 편드는 것도 아니다.

그는 민주당을 "나약하고 무기력하다"고 비판한다. 그의 영화는 상원 소수당 대표인 톰 대슐(사우스다코타) 의원과 대선후보 지명전에 출마했던 리처드 게파트(미주리) 하원의원이 걸상에 앉아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히는 장면도 보여준다.

백악관이 과연 이 영화를 끝까지 무시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 영화의 흥행이 크게 성공한다면 과연 백악관이 이에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어는 이에 대해 "백악관이 지금 그 영화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그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은 대화가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 영화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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