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제일주의 내걸고 외자유치 박차

이의근 경북도지사 취임 2주년 인터뷰

이의근(李義根)이라는 이름 뒤에 '경북도지사' 직함이 따라다닌 지 만 9년이 지났다.

엄밀히 말해 민선 지사 경력만 9년이고, 관선(1993년 3~11월)까지 포함하면 만 9년9개월이다.

석달만 지나면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된다.

이쯤되면 '할 만큼 했다'는 말을 들을 법도 하지만 이 지사의 욕심(?)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모양이다.

이 지사의 말을 빌리자면, "아직 자리 욕심이 있다면 욕할 것이고, 다만 여력이 있는 만큼 일 욕심은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음달 1일이면 민선 지사 10년째를 맞는다.

이 지사가 자리를 지킨 경북도정 10년을 되돌아보고, 남은 임기 2년에 대한 포부를 들어봤다.

▨ 경북도정 10년 결산

통계로 본 경북도정은 지난 10년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가 지난 1995년 888만원에서 1천400만원(2002년 기준)으로 58% 증가했다.

수출은 82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2003년 기준)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또 기업체수는 5천615개에서 8천651개(2003년)로 54%, 도로 길이는 7천987km에서 1만484km(2002년)로 31% 증가했다.

이런 급변의 흐름 속에 민선 9년이 흘렀다.

이 지사에게 던진 첫 질문은 '민선 광역단체장 10년을 맞게 된 비결'이었다.

그는 주저없이 답했다.

제시한 비결은 크게 4가지. 첫째는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와 실천, 둘째는 다양한 구성원을 아우르는 리더십, 셋째는 말과 행동이 일치된 행정, 넷째는 청렴과 결백이었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이런 항목을 두루 갖췄다기보다는 그렇게 되려고 꾸준히 노력했고, 또 도민들이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준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경북도청 한 고위간부는 "적(適)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단체장으로 일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적을 만들기 마련인데, 이 지사는 '원성을 살 만한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

이 지사는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문'으로 '문화정책'을 꼽아 다소 의외였다.

백범일지에 나온 한 구절, 즉 '문화적, 도덕적으로 존중받는 나라'를 인용하면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국학진흥원, 유교권 개발사업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한단계 향상된 경북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경제지표상 경북도는 16개 시.도 중 중위권입니다.

하지만 한 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고통지수에서 내리 3년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지사는 도민들이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가장 아쉬운 부문'은 농어촌 기반조성 미진과 동해권 개발을 들었다.

특히 농업의 경우 기술력 향상과 소득증대, 친환경 농업 확대보급 등에 주력했지만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했다.

동해권 개발 역시 민선 지사 초기부터 동해중부선 개통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국민의 정부' 등을 거치면서 서해 및 남해권 개발에 집중돼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낳았다는 것.

▨ 포부와 비전

이 지사는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도정의 기본방향으로 '4U'를 제시했다.

첫째는 업그레이드(Upgrade) 경북. 경제제일 도정으로 산업과 문화, 복지 등 전반적으로 한단계 향상된 도정을 펴겠다는 기본 전략이다.

둘째는 유니크(Unique) 경북. 말 그대로 지방화 시대를 맞아 자립형 지역발전을 위해 가장 경북적인 발전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것. 셋째는 유타입(U-type) 동해안 중점 개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꼽았던 동해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통일과 동북아시대에 대비하고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SOC 확충이 절실하다는 것. 넷째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경북. U자형 개발전략이 물리적 인프라를 뜻한다면 유비쿼터스는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다.

'생활 속의 디지털 세상'을 구현한다는 목표 아래 IT 기반의 산업집적 및 기술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올초 경북도정의 기본 방침으로 정한 '경제제일주의'는 남은 재임 기간 동안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외국 기업 및 국내 기업의 투자유치와 산업구조 개편은 향후 '경북도민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이 지사는 강조했다.

사실 투자유치 부분은 다른 광역지자체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지사는 최근 일본 도레이, 아사히글라스 등의 투자 유치를 예로 들면서, "그간 닦아온 기반과 공격적인 행정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도 다졌다.

구미(전자.정보), 포항과 경주(신소재, 문화콘텐츠), 안동(생물, 한방), 경산(지식밸리) 등 4대 권역으로 나눠 지역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 특히 구미~칠곡~대구~경산을 연계한 IT산업벨트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또 동해안 개발도 핵심 사업이다.

'동북아 물류의 허브기능'이란 측면에서 영일만 신항 배후에 180만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와 30만평 규모의 자유무역지역의 지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또 2006년으로 예정된 울진공항 완공은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며, 울릉의 경비행장 건설, 동해중부선 조기부설 및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영덕~서천간 및 울진~당진간 고속도로 조기 건설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 미진한 도정 10년

경북도청 내에서 언급을 꺼리는 금기 중 하나가 '도청 이전'문제다.

민선 초기 이 지사가 공약했던 도청 이전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지사가 인터뷰 석상에서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질문이 바로 '도청 이전'이다.

2년 전 민선 3기를 시작할 무렵, 이 지사는 도청 이전에 대해 한걸음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쉽지 않다"며 한마디로 난감한 속내를 털어놓았던 그는 민선 3기 후반을 맞아 '도청 이전의 불필요성'을 주장했다.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이라며 운을 뗀 뒤 "공약을 내세울 당시엔 도청 이전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일이었지만 도로망의 확충과 정보화에 힘입어 그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도로망이 확충되면서 '시간적 거리'가 줄었고, 정보화 때문에 '공간적 거리'도 의미가 없어졌다는 뜻. 오히려 이 지사는 "시.도 통합 측면에서 도청 이전을 봐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마당에, 또 시.도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도청을 이전할 경우 두 지자체간 협조는 '물 건너간다'는 말이다.

이 지사는 "행정기관이 나서서 시.도통합을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누군가 이해 득실을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며 "통합이 되면 대구시는 실리를, 경북도는 명분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그나마 도청이 대구에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도청마저 떠나게 되면 현 시점에서 대구가 홀로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이어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시.도통합 이후 도청을 이전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했다.

대구시의 자율성을 보존해주는 차원에서 통합이 이뤄진다면 굳이 도청이 대구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경북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도청 이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

경북도청 공무원 사이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바로 인사 문제다.

도청 한 간부는 "기회 균등의 차원에서 볼 때 도지사의 장기집권(?)은 불만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고 평했다.

실제로 매년 인사철마다 도청내에는 '인맥' 또는 '라인'(line)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사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 중심으로 인사를 한다는 불만이었다.

때문에 인사가 있고 나면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특정 인사들의 이니셜을 거명하며 '특혜'라는 논란이 벌어지는 등 한바탕 '후폭풍'이 불곤 했다.

그러나 이 지사의 한 측근은 다른 해석을 했다.

"결국 민선 단체장이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자신의 의중을 가장 잘 읽어내는 사람을 발탁할 수밖에 없다.

무리한 '논공행상'식 인사만 아니라면 별 문제 없는 것 아니냐". 남은 임기 2년 동안 이 지사가 업무 추진력을 염두에 둘지, 아니면 인맥을 감안한 논공행상 인사를 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