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 외면 해도 너무 한다

"총선 끝나자마자 비료값 올리고, 면세유 수수료를 거두는 게 농민을 살리는 길입니까?"

1일부터 화학비료값이 13.7% 인상되고, 면세유 판매가격의 2%를 수수료로 거두게 되자 농정을 비판하는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초부터 계속된 석유류와 축산용 사료의 폭등으로 허리가 휜 농민들은 비료값 인상에다 새로 면세유 수수료까지 떠안게 되자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다.

지난 30일 오후 2시 의성군 점곡면 서변리 의성동부농협 사무실은 농민들로 북새통을 이뤄 마치 시골 5일장을 방불케 했다.

비료값이 인상되기 전 올 가을 과수 밑거름과 고추 웃거름으로 사용할 비료를 미리 구입하려는 농민들과 수수료 없는 면세유를 구입하기 위한 농민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

의성군 점곡면 명고2리 김희환(47) 이장은 "정부가 추곡수매가 4% 인하를 추진하면서, 더구나 올해 농산물 가격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비료값 인상에 이어 면세유 수수료까지 징수하는 저의를 모르겠다"며 "농민들에게 차라리 농업을 포기하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농협 직원들에게 항의했다.

고추농사 3천평과 마늘, 양파, 쌀농사 등 복합영농으로 1만평을 경작하고 있는 김 이장의 경우 비료값 인상분 17만8천원, 면세유 수수료 9만원을 합쳐 영농비로 연간 26만8천원의 추가부담을 안아야 한다.

같은 날 오후 3시30분 의성동부농협 옥산지소도 비료와 면세유를 구입하려는 농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29일 새벽부터 농민들이 몰려들면서 이날 오후 4시가 되기 전 이미 비료와 면세유가 바닥 나 되돌아가는 농민들도 상당수였다.

게다가 대출을 받아 비료를 구입하는 농민도 적잖았다.

정부가 지난 4월 초 유안과 요소비료를 인상한 데 이어 이번에 복합비료 등 26종의 화학비료를 평균 13.7% 인상한 것은 친환경농업 및 안전농산물 생산정책에 따른 것.

그러나 이에 대해 농민 김수웅(61.의성군 옥산면 실업2리)씨는 "농업인 대부분이 65세를 넘는데 친환경농업 장려를 위한 비료값 인상은 명분이 없다"며 "정부가 농가에 지원은 못해줄 망정 인상이 웬말이냐"며 비료값 인상과 면세유 수수료 징수 철회를 주장했다.

한편 의성동부농협은 지난 25일 농협중앙회를 통해 비료값 등의 인상 지침이 내려오자 28일 긴급히 이사회와 마을영농회장 회의를 잇따라 소집, 비료값 인상과 면세유 수수료 징수 대책을 논의하고 각 마을별로 가두방송에 나서 인상전 농가들이 미리 구입할 것을 집중 홍보했다.

의성동부농협 권기창 조합장은 "올해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데다 지난 봄 냉해로 사과의 결실률이 크게 떨어져 농민들이 낙심하고 있다"고 전하고 "오죽하면 농민들이 대출까지 받아 비료를 구입하겠느냐"며 면세유 수수료 철회를 촉구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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