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그린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는 종교재판에 회부된 예수를 로마 병사들이 잔인하게 고문하는 장면이 인상깊게 펼쳐진다.
줄에 무수한 톱니가 달려있는 채찍질로 인해 뜯겨져 나가는 예수의 살점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의 특성상 과장된 표현이라고 애써 자위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브라이언 이니스가 지은 '고문의 역사'를 권한다.
지난 30년 동안 스파이, 무법 행위, 혁명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 심취해왔던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역사의 뒤안길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저질렀던 비인간성과 권력의 남용을 생생하게 끄집어낸다.
고문이 자행됐다는 가장 이른 증거는 기원전 약 1천300년경 이집트의 히타이트 원정 때 적의 병력 배치 상황을 알아내기 위해 람세스 2세가 포로들을 잔인하게 고문했다는 기록이다.
이처럼 고문 행위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사실에 놀라울 정도다.
게다가 적어도 3천 년 동안 고문이 합법적인 형태로 자행돼 왔고, 유럽이나 극동 지역의 법전 대부분에 고문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에 이르면 더욱 놀랍다.
또 가장 개명(開明)해 있다는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조차 고문을 인정했다니.
책에는 육체적인 힘, 불, 물 등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고문에서부터 가장 '섬세하고 세련된' 고문이라고 일컬어지는 벌레를 옷 속에 넣어 물어뜯게 하는 고문, 전기고문까지 지구상의 모든 끔찍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16세기 후반 네덜란드 남부에서는 가톨릭 신자를 눕혀 놓고 배 위에 예닐곱 마리의 쥐를 담은 커다란 접시를 뒤집어 올려놓고 접시에 불을 붙인다.
접시가 어느 정도 가열되면 쥐들은 희생자의 창자 속으로 파고든다.
"
이 정도는 그나마 참기 쉬운 것이라는 저자의 태도는 경악스럽다.
고문기구의 변천사로 넘어가면 떨리는 손 때문에 페이지를 제대로 넘길 수가 없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고문 기구 중 가장 악마적인 고통 제조기 하나를 소개한다.
'뉘른베르크의 처녀'라고 불리는 이 기구는 희생자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돼 있다.
한쪽 문의 안쪽에는 넷으로 갈라져 있는 13개의 못들이 돌출돼 있고, 다른 쪽에는 8개가 더 있다.
문이 점차 닫히면서 못들은 희생자의 신체 기관들을 정확히 찌른다.
그 중 두 개의 못은 눈을 향해 있다.
섬뜩하지 않은가.
저자는 고문에 따른 인간의 잔인성이 시대마저도 초월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고문의 역사'는 바로 인간의 광기와 잔혹함의 역사 그 자체가 아닐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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