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시원해!'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 한 중년 남자가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폭포 속으로 들어섰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에 반바지가 대번에 벗겨져 흘러내린다. 기겁을 하고 반바지를 끌어올린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옷을 벗고 폭포 속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껴입었다. 수건으로 부족해 모자, 비닐 포대까지 쓴 사람들도 있다.
반바지가 벗겨졌던 남자가 복장을 갖추고 다시 도전을 한다. 상의를 걸치고 비닐 포대까지 뒤집어썼다. 물밑에 서자마자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그 비명은 폭포소리에 묻혀 버린다. 채 2, 3분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온다. 물에 범벅이 된 표정이 묘하다. 그러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배어 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수기리에 있는 수락폭포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폭포 원줄기가 떨어지는 곳은 남녀가 함께 물을 맞는 혼탕이다. 높이 20m, 폭 5m 정도의 물이 떨어진다.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옷을 더 입어야 한다. 떨어지는 물에 몸이 흔들거릴 정도이다. 머리와 어깨를 짓누른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머리와 귀. 마치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그래서 모자를 쓰거나 수건을 쓴다. 아예 비닐 포대를 쓴 사람들이 많다.
물 아래에 서면 천둥소리가 들린다. 완전한 복장(?)을 갖추더라도 5분을 버티기 힘들다. 안으로 들어가서 물을 맞으면 허리가 휠 정도다. 서너번 반복해서 물을 맞으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본줄기 오른쪽에는 폭포수를 끌어들여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작은 폭포를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그 역시 요즘 수량이 많아 물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폭포 바로 옆 가파른 계단을 올라보면 인공적으로 조성한 '미니 폭포'가 있다. 좀 어울리지 않는 '남탕', '여탕' 팻말이 붙어있는데, 남탕이 더 높이 위치해 있어서 여탕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하지만 이름만 남탕.여탕일 뿐. 아무나 들어가는 '혼탕'이다.
남녀 탈의실이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옷을 입고 폭포로 뛰어든다. 물줄기가 워낙 아프기 때문. 뱃살을 드러내고 환호하는 관광객이 있는가 하면 지그시 눈을 감고 어깨에 물을 맞는 신경통 환자도 있다.
폭포 원줄기는 밑으로 작은 폭포 몇 개를 만들다가 평평하고 완만하게 흐른다. 깊지 않아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에 알맞다. 어른들이 물맞이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곳에서 더위를 피한다.
수락폭포에는 오전 10시께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물론 물맞이광들은 아침 일찍부터 한가롭게 폭포를 즐긴다. 오후 2시쯤 절정을 이룬다. 그러나 폭포 밑이 사람으로 넘쳐 나지는 않는다. 오래 머물 수가 없기 때문에 회전이 빠르다.
수락폭포는 여느 폭포와는 달리 수온이 높은 편. 그래서 아이들이 계곡에서 놀기에 더없이 좋다. 계곡 규모도 꽤 큰 편이라 튜브 같은 물놀이 기구를 탈수도 있다. 다만 계곡 일부에 깊은 연못이 패어있으므로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주변에는 평상들이 있어 쉴 수도 있고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다.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이곳에 온 민성희(44.여.광주광역시)씨는 "처음엔 몹시 아프지만 5분쯤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고 어지러운 생각들도 씻겨나간다"면서 "한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들 김태형(19)군 역시 "그동안 쌓인 공부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며 "산이나 강, 바다보다도 훨씬 시원한 것 같다"고 했다.
◇주변 볼거리
구례는 관광자원에 관한 한 축복받은 땅이다. 웅혼함이 절로 느껴지는 지리산, 어머니 저고리마냥 선이 고운 섬진강, 그리고 화엄사, 천은사 등 천년고찰과 볼거리, 먹을거리에 사철 사람들이 몰려든다.
지리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화엄사는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고이며 신라사찰 가운데 지리산 입산 1호의 천년 거찰이다. 1천500년 가깝게 장구한 역사를 지닌 화엄종찰답게 화엄사에는 각황전, 석등, 4사자 3층석탑 등 국보와 보물, 천연 기념물 등이 잘 보존돼 있다.
각황전 뒤로 108계단을 오르면 4사자 3층석탑이 있다. 석탑 모퉁이에는 4마리의 사자들이, 중앙에는 스님 한 분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사자들과 함께 위층 탑 돌을 머리에 이고 있다.
그 앞에는 예를 올릴 수 있는 제단석과 석등이 있는데, 석등의 하부 중앙에는 스님 한 분이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에 공양 그릇을 들고 석탑속 스님을 향하여 있다. 이 절을 창건한 연기조사가 그 어머니에게 공양을 올리는 모양을 형상화하였다 한다. 그 앞에 서면 어떤 메시지가 느껴진다.
천은사는 지리산 일주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최근 복원공사로 퇴색됐지만 아직까지 지리산 자락에서 가장 청정하고 정갈한 절집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교각 위에 세워진 수홍루와 어우러진 계곡이며 짙푸른 호수가 은근한 정취를 풍긴다.
피아골 입구에는 연곡사가 있다. 연곡사의 볼거리는 부도군. 국보인 동부도와 북부도 등은 우리나라 최고의 걸작 부도로 꼽힌다.
돌아오는 길에 남원의 광한루원도 들를 만하다. 광한루원 다리 건너편에는 '춘향테마파크'가 있다. 영화 '춘향뎐'의 촬영무대이다. 연인과 함께 찾아온 관광객을 위해 사랑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만남의 장, 맹약의 장, '춘향뎐' 세트장 등 5개 마당이 조성돼 있다.
♣가는 길
88고속도로-남원 IC- 밤재터널- 지리산 온천랜드(조금 못미쳐 수기리로 빠지는 길이 있다)- 오른쪽 샛길로 빠져 좌회전, 굴다리-이정표를 따라 2km쯤 가면 수락폭포 주차장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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