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들꽃 피는 언덕\'

들꽃 피는 계절이 다가왔다. 그 옛날, 한적한 시골길에서 우연히 부딪혔던 무수한 들꽃들. 들꽃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운 추억 한 켠이 떠오른다면 대이동에 위치한 민속음식점, '들꽃 피는 언덕'에 가보라. 먹거리와 볼거리와 함께 아련한 추억 속으로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운치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곳곳에 들꽃과 도자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자연스런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목재로 꾸며진 실내는 무척 아늑한 느낌이 든다. 평상처럼 길게 놓인 작은 방에 앉으면 통 유리창으로 야트막한 앞산과 푸른 하늘이 곱게 펼쳐진다. 음식도 먹기 전, 분위기에 먼저 취하는 집이다.

들꽃 정식을 시켜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새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단아하게 한복차림을 한 아주머니가 음식을 한 가지씩 식탁에 올려놓는다. 버섯·오이·콩나물·고사리 등 각종 무침과 명태·두부·감자볶음, 그리고 발갛게 익은 묵은 김치와 열무 물김치. 그리고 뚝배기 안에서 아직도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국이 얼른 숟가락을 들게 한다. 소박하고 여간 정갈한 게 아니다. 마치 우리네 어머니들이 정성껏 차려주시던 시골 밥상처럼 정겹다.

이 곳에서 나오는 음식들 대개는 이 집의 여주인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반찬도 직접하고 각종 된장과 고추장들도 주인이 직접 만든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한다는 여주인의 생각 때문이다. 반찬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특히 된장국은 집에서 늘 먹던 재래식 그 된장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거기에다 시원한 열무 물김치와 알싸하게 익은 김치는 입맛을 더욱 돋운다.

들꽃 정식 1인분에 5000원. 한 그릇을 비우고 적당한 포만감을 만끽했다면 이제 차를 마실 시간. 후식으로 제공되는 차 한잔을 들고 후원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로 나가면 뒤뜰의 정취에 또 한번 감탄한다. 작은 연못과 텃밭, 그리고 들꽃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 곳은 마치 시골의 마당 같다. 연못 속에는 보랏빛 연꽃이 한껏 고운 자태를 뽐내고, 밭 언저리마다 칡넝쿨과 호박넝쿨이 사이좋게 엉켜져 있다. 여기저기 다소곳하게 핀 들꽃도 여간 정겹지 않다. 풀과 들꽃 향기에다 차향까지 마시면 최고의 낭만을 느낄 듯.

아늑한 분위기와 정갈한 음식 때문에 이 곳에 한 번 들른 사람은 늘 다시 찾게 된다. 거기에다 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여주인의 멋과 매력에 두고두고 못 잊을 그리운 곳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인기메뉴로 부담 없는 들꽃 정식이 있고, 갈치 정식(1인분 7000원)이 있다. 그 외에도 각종 우리 술과 주인이 정성 들여 만든 안주도 마련되어 있다. 또 도자기와 각종 민속 공예품도 판매하며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문의: 054-277-9309

리포터/홍인자 siin_h@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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