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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세이-샤갈전과 신순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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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샤갈전과 국립 현대미술관 6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신순남전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전시회다.

러시아 출신의 화가 샤갈은 그만의 독특한 꿈과 따뜻한 상상력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단숨에 그가 펼친 환상적인 꿈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상페체르부르그의 드레차코프 미술관에 들렀을 때 광대한 근현대 미술품의 컬렉션 속에서 나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은 샤갈의 그림들이었다.

그의 그림들 속에는 제정러시아 말기의 암울한 겨울밤을 따뜻하게 녹여내는 시정(詩情)이 있었다. 억압의 언덕 너머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의 빛. 단순한 환상이 아닌, 시대의 어둠을 넘어서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상상력의 불빛이 내게 더없이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샤갈의 이런 작품성은 현대의 한국 관람객의 정치적 내면성과 일치하는 바가 있다. 일제 강점기와 연이은 군부독재의 흐름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온 다수의 한국인들에게 그의 그림은 지난 억압의 시절들을 돌이켜보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샤갈의 그림을 보며 그들은 지나간 시절을 내적으로 추억하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간들의 윤곽을 어림잡아 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도 샤갈의 작품이 지닌 매력은 크다. 아늑하고 깊게 타오르는 꿈과 예술혼의 세계 속에서 관람객들은 일상적인 평이함과 답답함을 벗어난 예술정신의 한 현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샤갈전에 관람객이 몰리고 있는 것은 퍽 보기 좋은 일이다. 무슨 주상복합 아파트의 분양이나,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로또복권 판매점에 몰리는 지각없고 권태로운 인파들에 비한다면 샤갈전에 줄을 선 관람객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6전시실에서 기증작가 특별전으로 열리고 있는 신순남의 진혼곡전(展)은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새길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준다. 신순남은 카레이스키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의하여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제1세대 고려인 화가인 것이다.

그의 그림 속에는 우리와 한 핏줄인 고려인들이 강제이주 당해 겪은 수난과 질곡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인의 핏줄을 지니고 태어난 모든 예술가를 망라해 그만큼 우리 민족의 역사를 절박하게 표현한 예술가도 드물 것이다.

그의 회화의 미덕은 수난의 역사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영광의 역사로 치환해 놓았다는 데 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은 세계 회화사에서도 드문 것이어서 과천의 현대 미술관에서의 첫 전시회 때 발표된 전장 40m 길이의 '진혼곡'은 현대 회화사가 남긴 중요한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의 작품을 두고 한 서방의 평론가는 피카소와 견줄만 하다고 얘기했다. 작품의 질과 양, 예술적인 열정에서 이 지적은 적절하고 타당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회에 대한 언론이나 관람객의 반응은 샤갈전의 그것에 비해 미지근하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한 핏줄의 예술가가 혼신의 열정을 쏟아 재현해 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리가 소홀히 한다면 훗날 역사는 현재의 우리 자신을 의당 소홀히 대접할 것이다.

샤갈전을 관람한 이라면 신순남의 진혼곡전을 한 차례 들러보기 바란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한국 역사에 대한 이해의 샘이 마음 안에 따뜻하게 출렁일 것이다.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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