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들-장석현 연구사

경북구미여고 3학년 9반 학생들이 9월 1일자로 경북과학교육원 교육연구사로 떠난 장석현 이전 담임교사(48)에게 편지를 썼다.

경북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다.

-전문-

아빠 같은 선생님. 교실이 조금만 어두우면 달려와 형광등을 직접 바꿔주시던 선생님,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오시던 선생님. 대한민국 고교생이 대부분 그렇듯 저희도 집에서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책상 앞에 앉아있었지만 3학년 9반 학생들은 지금껏 아프지 않고 공부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공부를 시키기보다 공부를 하도록 마음을 다잡아주신 선생님. 이제 수능이 85일쯤 남았습니다.

선생님, 수능 때 주의사항 지금 말씀해 주시지 말고, 그때 가서, 수능 다가오면 하나하나 알려주세요. 저희들 곁에서 성적표도 받아보시고, 원서도 써 주시고, 저희들 대학 가는 것도 보시고, 졸업해서 어여쁜 아가씨 되는 것도 봐 주세요. 약속했잖아요. 저희들 모두 수능 만점 맞을 거라고.

선생님이 계셔서 저희들은 밝고 고운 고교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고3 담임 하시면서, 선생님이 얼마나 힘드셨는지 압니다.

지금 가신 곳이 선생님께는 좋은 기회라는 것도 압니다.

그렇지만 보내드리기 싫습니다.

엄마처럼 아빠처럼 계속 옆에 있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청과 과학교육원에 계신 분들. 딱 반년만 저희 선생님을 빌려주세요. 물론 이런 고마운 선생님이 저희 반에만 계신 것은 아니란 것도 압니다.

이런 편지가 철없는 짓이란 것도 압니다.

선생님이 하셔야 할 크고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저희 선생님을 보내드리기엔 은혜가 크고 깊네요.

남은 80일 저희들 열심히 할게요. 선생님 가르쳐주신대로,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이젠 저희들이 알아서 할게요. 저희들이 누굽니까. 장석현 선생님 제자들 아닙니까.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수능 끝나면 찾아뵐게요. 선생님이 주셨던 꿈과 지혜만큼 큰 사람이 될게요. 선생님 사랑해요. -구미여고 3학년 9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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