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유혹도 마다않고픈 심정이다", "돈 쓸까봐 사람 피해 다닌다".
의정활동비 '가뭄'을 호소하는 지역 의원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월 평균 620여만원(실 수령액)의 세비는 대기업 임원과 엇비슷한 연봉이지만 시골 군수 판공비 보다 못하다는 것이 의원들의 하소연이다. 선거법 개정이후 17대 국회들어 의원들의 활동반경이 크게 움츠러들었다. 수입은 뻔한데 씀씀이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근황을 들어보았다.
◇초선 A 의원=지역구 사무실 유지에 월평균 500만원, 국회의원 회관 운영비 100만원, 서울~경북 중부지역 구간 차량 유류비 200만원 등 최소 800만원이 든다고 했다. 여기다 정책개발 차원에서 전문가를 만나면 돈이 부지기수로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솔직히 1천만원을 더 쓸 때도 있다"며 "그나마 지난 총선 기탁금과 중앙선관위가 법정 선거비용으로 보조해 준 1억여원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돈이 쪼들려 변호사 일을 의정활동과 병행하려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 했다.
◇초선 B 의원=세비 600여만원 중 200만원 안팎은 부인에게 건넨다고 했다. "집안을 꾸려가기 위해 생활비로 주는 셈"이라는 말했다. 또 '짠돌이' 소릴 들을 정도지만 여전히 지출이 수입을 넘어설 때가 많다고 했다. 월 평균 지역구 사무실 관리비 150만원, 정책 간담회나 세미나 비용에 350만원~400만원이 들지만 그동안 쌓아둔 인맥 탓에 '품앗이'로 버티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선 C 의원=월 평균 1천만원은 더 쓴다고 했다. 선거 기탁금과 돌려받은 법정 선거비용 역시 의원 사무실 임대료 등에 모두 썼고 적자는 사비를 털어 메꾼다고 말했다. 우편 모금 계획에 대해 "10만원 이상이면 실명공개를 해야 한다는데 그것도 야당 의원에게 누가 선뜻 후원금을 내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벌어놓은 돈 까먹더라도 빚은 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귀띔했다
◇3선 D의원=16대 때만해도 월 평균 2천500만~3천만원을 의정활동비로 썼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뒷감당이 안돼 요즘은 1천200만~1천300만원으로 줄였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더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세비는 자녀 등록금 등 생활비로 모두 쓰고, 의정활동비는 모두 사비와 후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로부터 돌려받은 선거비용 1억여원을 다 쓰는 연말쯤 우편 모금행사라도 할 생각이다.
◇선거법 개정 한목소리=이들 의원들은 모두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 '세비'로는 의원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일부는 "오세훈 의원이 자기는 정치를 안하면서 너무 이상적인 법안을 만들었다"고 나무랐다. 한 의원은 "능력있는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이 쏠릴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정치에 경쟁력이 생긴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후원금을 낸 사람을 일정기간 비공개 한 뒤 나중에 공개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