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우리처럼 형편이 딱한 사람을..."
대구의 도심공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이 공원 풍경을 바꾸고 있다.
평일의 낮 시간에는 노숙자와 노인들이 공원에 많이 찾아와 무료 급식이나 빵.우유를 받는데 이들이 주된 피해자인데다 경찰 수사는 아무런 진전이 없어 이들의 발길이 줄고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것.
30일 오후 2시, '살충제 요구르트'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던 대구 중구의 달성공원.
여느때와 다름없이 노인과 노숙자들이 곳곳에 모여 있었지만 분위기는 굳어있었다.
소주를 마시던 40대 노숙자는 "요구르트를 먹고 죽은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남이 먹다 남긴 음식에 손도 대지 않는다"며 "오갈 데 없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먹을 것 하나 주지는 못할망정 못먹는 음식을 던져서야 되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70대의 한 노인도 "가끔 빵이나 괜찮은 음식물이 놓여 있으면 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겁이 나서 손도 못 대겠다"며 "우리들을 상대로 왜 끔찍한 일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으며 친구들도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다"고 했다.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다른 공원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대구 중구의 국채보상공원을 찾았던 30여명의 노인과 노숙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50대의 한 노숙자는 "살충제가 든 요구르트를 공원 의자에 놓아둔 것을 보면 하루하루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 우리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이 분명하다"며 "피해자가 1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경찰이 범인을 왜 잡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마침 요구르트를 마시던 60대 노부부는 "언론 보도를 통해 그런 범죄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슈퍼에서 직접 사서 먹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원 관계자들은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 이후 공원 일대에 놓인 음식물을 보이는 즉시 수거하는 등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며 "추석 영향도 있겠지만 공원을 찾는 노인과 노숙자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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