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 클릭-"10월에는 문학의 향기에 젖어보세요"

뭐니뭐니 해도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자 문학의 계절이다.

선선한 날씨 속에서 하염없이 뒹구는 낙엽들을 보며 새삼스레 삶의 의미를 성찰해보고, 그런 사색을 바탕으로 문학 작품을 잉태하거나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사색·문학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대구에서 다양한 문학행사가 열려 사람들을 문학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시의 고장인 대구의 문학을 살리기 위한 '2004 대구 시(詩)다리기'가 10월 한달 동안 펼쳐지며, 셰익스피어에서 이상(李箱)에 이르기까지 유명 작가들의 인생과 작품세계를 반추해보는 문학강연도 마련된다.

이들 행사를 통해 문학의 향기에 젖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가을을 만드는 한 방법이 아닐까싶다.

◇ "시다리기를 통해 10월을 시월(詩月)로 만드세요."

'시다리기'는 샘이 마르거나 물길이 끊기면 물이 다시 풍족해지기를 비는 '물다리기' 풍속에서 따온 것으로 대구문학을 되살리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Y에서 만납시다'를 주제로 올해 처음 열리는 시다리기는 '공중시전시회' 'Y에서 만납시다' '소리시 운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가장 먼저 막을 올리는 행사는 공중시전시회. 새로운 문학실험의 일종으로 대구시내 전광판을 이용한 영상시 전시회가 2일부터 막을 올려 행사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다.

전광판을 통해 시를 보여주는 행사로 10월 한달 동안 대구 중심가 곳곳에서 시들이 시민들을 찾아간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이기도 한 'Y에서 만납시다' 행사는 9일 오후 6시부터 대구시 중구 덕산동 YMCA강당과 복도에서 열린다.

대구YMCA는 19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대구지역 고등학교 문예반에서 마련한 시화전과 문학의 밤 행사가 줄을 이어 당시 문학청년들의 성지로 꼽히는 곳. 여기를 통해 150명이 넘는 시인·소설가가 배출되는 등 국내 문학사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문화공간이 됐다.

Y에서 문학청년기를 보낸 문인들과 시민들이 추억의 장소에서 다시 만나 우정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홈커밍데이' 행사와 '추억의 전시회' 등이 펼쳐진다.

10일 오후 6시 봉산문화회관에서는 소리시 운동의 일환으로 이색적인 시낭송회가 열린다.

봉산문화센터 개관 기념공연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문학과 다른 예술매체가 결합되고 실험적 요소가 가미된 시낭송 이벤트로 진행된다.

또 9일부터 11월1일까지 봉산동 문화거리에서는 '시의 거리 만들기 운동'도 펼쳐진다.

일반적인 시화전처럼 종이에 글과 그림을 엮은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판, 아트타일 등을 활용해 영구적으로 부착, 전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이상화, 이장희, 이육사, 박목월 등 작고 시인과 김춘수, 김남조, 이태수, 정호승 등 대구출신 현역 시인 100여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행사 마지막 날인 11월 1일 '시의 날'을 맞아 대구시인협회가 '시의 거리 선포식'도 가질 예정이다.

대구 시다리기 추진위원회 박상봉 홍보위원은 "대구는 일제강점기 이상화, 이육사 등 민족문학의 거두들이 탄생·성장한 곳이고, 해방 후 전국 각지의 문인들이 대구에 머무르며 찬란한 문학의 꽃을 피운 도시"라며 "이번 시다리기 행사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민축제로 승화돼 문학의 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새롭게 세우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의 053)954-7686.

◇ 고전문학의 향연

대구작가콜로퀴엄은 세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통해 문학의 향기를 음미하는 '고전문학의 향연'을 마련했다.

13일부터 12월 22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밤 9시까지 대구시 중구 반월당 미르치과병원 10층 문화센터에서 11차례에 걸쳐 행사가 열린다.

해당 작가와 작품을 전공한 대학교수들이 강사로 나와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강연하고, 참석자들과 함께 고전문학의 숲으로 산책을 한다.

13일 T S 엘리엇의 생애와 '황무지'(박재열 경북대 교수)를 시작으로 20일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와 '죄와 벌'(이강은 경북대 교수), 27일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4대 비극(한영림 경북대 교수) 강연이 각각 열린다.

또 11월 3일에는 브론테 자매의 생애와 '폭풍의 언덕'(배종언 경북대 교수), 10일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등대'(정화식 대구대 교수), 17일 세르반테스의 생애와 '돈키호테'(나인자 대구가톨릭대 교수), 24일 보들레르의 생애와 '악의 꽃'(채희성 경북대 연구원) 강연이 예정돼 있다.

12월 1일에는 단테와 페트라르카의 생애와 소네트(김효신 대구가톨릭대 교수), 8일 이상의 생애와 '오감도'(김주현 경북대 교수), 15일 실비아 플라스와 테드 휴즈의 생애와 작품(박국현 시인), 22일 카프카의 생애와 '변신' 외(장혜순 계명대 교수) 강연이 뒤를 잇는다.

문의 053)782-4743.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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