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끝자락 바닷가는 해마다 하얀 뻘을 잉태한다.
한여름 땡볕으로 몸에 데워 여물어진 새하얀 소금꽃들이 이맘때면 지천이다.
바둑판처럼 오밀조밀하게 나눠진 염전 사이로 해풍을 타고 짭짤한 소금 냄새가 피어오른다.
끝이 아련한 벌판과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소금창고들, 시간의 흐름마저 멈춘 듯 황량한 풍경이다.
하지만 모퉁이 한쪽에선 쉴새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자연의 투박한 삶이 소란을 떨고 있다.
전북 고창 유일의 염전인 해리염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인부들은 쌓아둔 소금 포대를 트럭에 싣느라 여념이 없다.
70여만평의 해리염전은 일제 때부터 개간된 염전으로 한때는 일꾼만 400명에 달할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염전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염부 30여명이 75정보의 염전에서 소금 농사를 짓는게 고작이다.
그나마 모두 임대를 받아 일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소금이 밀려오면서 타격을 엄청 받았승께.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것이여." 염부 이순용(39)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곳 염부들은 모두 염전에서 일한지 20년이 넘은 40~50대 중년들. "이것두 겁나불게 3D 업종이라 요즘에 어느 젊은이가 할라고 한당께." 거무틱틱하게 그을린 염부의 얼굴에 깊게 팬 주름들이 험한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그래도 그들의 비지땀이 밴 천일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곳 천일염은 염도가 무척 높고 맛이 좋은 것이 자랑거리. 음식점을 운영하거나 소금 맛을 아는 사람들은 매년 빠짐없이 사간다고 한다.
이씨는 "이 천일염을 포대째 그늘진 곳에 1년 이상 묵혀놓으면 달콤하면서도 깔끔한 소금이 만들어진다"며 소금 보관 비결을 귀띔했다.
오랜 세월을 이겨낸 해리염전에는 옛 것이 그대로 남아있다.
마치 전쟁통의 판자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허름한 소금창고들은 군데군데 손을 대기는 했지만 60, 70년을 거뜬히 견뎌내고 있다.
박물관에서나 봄직한 콤비아는 여기저기 녹슬었지만 '털털털' 굉음을 내며 실하게 돌아가고 있다.
해리염전은 소금을 채취하는 이달 말까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정보에 30명 정도의 희망자를 받는다.
1정보에 참가비가 8만원으로 조금 비싼 편. 그래서 주로 단체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소금 채취는 맑은 날이어야 가능하므로 예약(황건주 011-673-5595)은 필수.
고창 선운사에서 법성포로 이어지는 22번 국도를 타고가면 심원면 소재지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왼쪽으로 궁산저수지가 보이는 삼거리를 만난다.
삼거리에서 동호해수욕장으로 우회전해 계속 가면 오른쪽에 해리염전이 보인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안상호기자 shah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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