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에 뿌린 '새마을운동' 씨앗>

8일 오후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부대 주둔지에서 북동쪽으로 차량으로 20분 거리인 바히르카의 한 농촌 마을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이 마을 앞마당에는 이날 100명에 가까운 동네 아이들이 한쪽 손을 치켜들고 한국을 뜻하는 쿠르드어 '꾸리, 꾸리'를 외치며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자이툰부대원들이 평화·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새마을 운동' 시범 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 어린이들에게 친한화 작업의 일환으로 준비한 수 십개의 축구공을 나눠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름한 토담집이 대부분인 이 마을은 경제적으로 지난 1960,70년대 우리의 낙후된 농촌처럼 어려워 보였고 아이들의 모습도 남루했다.

자이툰부대 특전요원들과 현지 민병대 페쉬메르가의 철저한 경호 속에 우리 여군중사가 한 줄로 서라며 '예그레스'를 외쳤지만 아이들은 모자라는 축구공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한마디로 '난타전'을 벌였다.

축구공을 갖지 못한 아이들은 손으로 공모양을 그리며 축구공을 달라며 아쉬움을 표시했고 또 다른 아이들은 디지털카메라를 가리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랐다.

집 출입문에서 아이를 안은 채 삐죽이 몸을 내민 여인 등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자이툰부대의 마을 지원 소식을 들었는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 마을이 속한 무하메드 오스마(30) 면장은 "한국군은 우리의 형제이자 친구" 라며 "전기와 상수도, 도로 건설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이툰부대는 이 마을에 공원과 청소년회관 건립을 지원하는 등 새마을운동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바히르카와 세비란에 주택개량 등 지역발전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주민들의 의식과 문화가 전혀 다른 이라크에서 새마을운동이 제대로 먹혀들지, 또 새마을운동을 통해 주민의 '의식'을 개혁한다는 자이툰부대의 입장이 일방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아이들에게 나눠준 축구공이 새마을운동의 씨앗이 돼 제대로 뿌리를 내려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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