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륙을 질주하는 검은 말 후진타오

런즈추, 원쓰융 지음/들녘 펴냄

후진타오(胡錦濤)는 1942년생 말띠다.

10년 전 그가 50세일 때 사람들은 그를 설산에서 뛰어나온 '검은 말'이라고 표현했다.

10년 뒤인 2004년 9월 19일, '검은 말'은 거대한 대륙을 딛고 하늘로 도약하는 '천마'(天馬)가 됐다.

후진타오가 장쩌민으로부터 군사위 주석직을 물려받음으로써 중국의 당(黨)·정(政)·군(軍)을 모두 장악한 명실공히 최고 1인자 자리에 등극한 것. 2002년 제16차 당대회에서 장쩌민으로부터 총서기직을 물려받고 2003년 전인대(全人大)를 통해 국가 주석의 직위를 받았었지만 여전히 군의 통수권을 쥐고 있었던 장쩌민 덕분에 불안하기만 했던 그의 지위는 이날에야 비로소 '13억 지도자'의 궤도에 안착하게 됐다.

이제 후진타오는 안정과 개혁, 권력 기반 점검과 민주화 등 산적한 현안을 놓고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하지만 불과 3년전만 해도 후진타오 체제를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람'이라는 비유처럼 누구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확언할 수 없었다.

2001년 3월 30일자 '아시아 위크'지가 선정한 21세기 중국에 영향을 끼칠 중국인 12명 가운데 후진타오가 불과(?) 11위에 그쳤다는 사실은 이 같은 사람들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많은 정치 분석가들이 후진타오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왜 최고 영도층으로 선정되었는지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단한 정치 실적을 낸 적도 없고 사업 경험도 부족하다.

인맥 관계에서도 파벌 색채가 짙지 않다.

사상면에서도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창의적인 견해를 발표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미 1992년 제14차 당대표대회 때 덩샤오핑, 천윈, 쑹핑 등 제2대 지도자 집단에 의해 후계자에 선정됐고 제15차 대표회의에서는 당 서열 7위에서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중국 제4대 지도자들 가운데서 당내 지위로 볼 때 후진타오는 선두 주자 자리를 확고히 잡고 있었던 것이다.

'대륙을 질주하는 검은 말 후진타오'는 중국 정치무대의 최고 지도자로 떠오른 후진타오의 정치역정을 다룬 평전이다.

저자인 런즈추는 중국청년문제 연구가로 1980년대 초반 후진타오가 공산주의 청년단 중앙 상무서기와 제1서기를 맡고 있던 기간 동안 여러 차례 후진타오와 접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여기에 후진타오의 정치인생을 단계별로 나누어 함께 일했던 인사들을 일일이 방문해 인터뷰하고 국내·외 각종 자료를 광범위하게 찾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를 곁들어 후진타오의 60세 인생을 펼쳐놓았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후진타오의 생애와 성격, 사상 등이 정리돼 있다.

또 그를 둘러싸고 전개된 중국 정치상황도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후진타오가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게 된 데는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하고 또 조심한 그의 행보 덕분이라고 말한다.

"돼지는 살이 찌는 것을 겁내고, 사람은 이름 날리는 것을 겁낸다"는 속담처럼 그는 결코 우두머리로 나서거나 언론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고 바로 윗세대인 장쩌민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

그는 자기 권력의 근원이 중국 공산당 원로층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후진타오가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대신 역량을 모으고 인맥을 넓히며 융화에 주력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장성현기자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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