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니 격동기니 하면서 시대마다에는 많이 의미를 부여한 반면 장소에 대해서는 제대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등 우리가 소홀히 다룬 측면이 있어요. 특히 장소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들이 축적되기 때문에 장소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매우 필요합니다.
"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찾아내 노래한 국토답사기 '장소의 의미Ⅰ,Ⅱ'(삶과꿈)를 펴낸 유우익(54)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그는 "장소의 의미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고 중요하다"며 "그것은 장소가 지닌 품성과 의지를 우리들이 일상에서 그대로 부여받고 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에는 유 교수가 꼬박 1년 동안 전국 각지를 둘러보고 난 뒤 정리한 우리 산하 52곳에 대한 기행문이 실려 있다.
서해 백령도부터 동해 대관령까지, 해남 땅끝마을에서 한강 하구까지 동서남북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녔다는 유 교수는 "현재의 땅에서 과거를 보고, 다시 현실에 서서 미래를 보려 노력했다"고 얘기했다.
이 같은 연유로 책의 첫머리는 경북 문경새재가 '장식'하고 있다.
유 교수는 "문경새재를 걸어 넘으면서 임진왜란과 6·25 등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우리 앞에 요동치는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글을 썼다"고 했다.
문경새재는 단순한 고개가 아닌 한 시대를 넘어가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안동 출신인 유 교수는 안동 병산서원에 대해서는 "우리의 전통문화 특히 선비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며 "병산서원은 조선의 선비처럼 군더더기 없이 안목이 높은 건물이면서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장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 교수의 국토순례는 풍광 좋은 곳만 찾아 다닌 것은 아니다.
남대문시장, 여의도 등 척박하지만 우리 삶의 주무대인 곳에도 시선을 돌렸다.
그 속에서 그는 아름다운 강산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개발과 보전에 갈등하는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또 통영에서는 통영이 배출한 유치환과 김춘수의 시를 읊고, 윤선도의 유배지 보길도에서는 '오우가'에 담긴 달관의 경지에 젖어보기도 한다.
'토지'의 무대인 하동 평사리, 수덕사의 법당, 상원사의 동종, 서해의 백령도 등 그는 발닿는 곳마다 준엄한 역사를 얘기하고, 그 장소에 덧칠된 추상성을 벗겨냈다.
그래서 유 교수의 국토순례 동반자인 소설가 이문열씨는 책의 추천사에서 "그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 국토를 해석하고, 풍부한 감성과 유려한 문장으로 재구성한 민족적 실존의 터전을 펼쳐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 살면서, 또 이 땅을 연구하다 이 땅에 묻힐 사람이기에 국토란 무엇인가를 온 몸으로 느끼려 애쓰고 있다"며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인 국토에 대해 가능한 많은 의미를 느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책에서 다루지 못한 대구와 광주, 그리고 판문점은 물론 북한까지 합쳐 남북한 순례기를 펴내는 게 유 교수의 목표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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