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강물에 비친 산 그림자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아침부터 낮게 내려와 있던 하늘은 기어이 비를 뿌렸다. 작은 빗방울은 차창에서 미끄러지고 어느새 낙엽이 된 빨간 단풍이 포도 위에서 뒹굴었다. 나는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차창 너머로 바라보았다. 물풀이 우거진 작은 섬들이 지나가면 둥근 연잎이 무리 지어 물위에 떠있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강 건너 마을은 비에 젖어 들고 마을 뒤 겹겹이 서 있는 산봉우리는 그 그림자를 물 속에 드리우고 조용히 서 있었다. 산 그림자는 땅위의 산보다 신비롭게 보이며 마음을 끌었다. 낮고 높게 겹친 산봉우리와, 봉우리에 걸린 흐린 구름마저 다 비쳤다. 강물은 일렁이지도 않은 채 산 그림자를 안고 있는 모습이 마치 흐르지도 않은 것처럼 고요해 한 폭의 유화 같았다.

구름을 일컬어 "유연히 퍼지는 것은 군자가 세상에 나가는 기상이요. 비를 만들어 가뭄에서 소생하게 하는 것은 인(仁)이요. 와서는 한 군데만 정착하지 않고 흐르니 미련을 남기지 않아 통(通)이라." 했다. 지금, 하늘에 퍼지는 구름과 가늘게 떨어지는 빗방울 그리고 흐르는 강물을 모두 보고 있으니 구름이 변하는 아름다움을 다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나는 차를 세우고 산 그림자만 보았다. 땅에 솟은 산과 구름과 마을은 잊은 채 물에 비친 그림자에 취해 있었다. 산이 없다면 그림자도 없을 것이다. 강물에 돌멩이 하나만 던져도 금방 부서지고 말 그림자가 몇 만년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산을 마음에서 밀어내었다.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현실보다는 환상이 아름답고, 거짓이 진실을 덮고 있을 때가 많듯이 고요한 산마을은 강물에 비친 그림자의 환상으로 인해 자꾸 밀려나갔다.

신복희수필가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4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원안 통과시켰으며, 이로 인해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과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되고 수사...
반도체 중심 장세에서 제약·바이오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삼천당제약과 코오롱티슈진 등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RX 바...
포스코그룹의 PNR이 포항사업소 인수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 A사를 사전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A사는 관련 경험이 없는 청소업체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