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학 안의 유령들

"유령이 떠돌고 있다.

.. 그 어떤 권리도 부여받지 못해 쉴 곳도, 연구할 곳도, 학생을 지도할 곳도 없이 오직 가방 하나 들고 강의실과 벤치를 전전해야 하는 비정규직 교수들이 대학 안의 유령이다.

"

아직 비정규직 교수라는 용어는 독자들에게 생소할 듯싶다.

우리들에게는 시간강사 아니면 '보따리장수'라는 표현이 훨씬 더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필자도 올 초부터 한 대학에서 교양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2학기 수강신청 학생수가 30명이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두 과목 모두 폐강당했다.

한 학기에 세 과목을 강의해도 강의료가 70만~80만원 남짓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아무런 사회보험과 신분보장이 되지 않은 채 항상 폐강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대학 시간강사의 처지다.

그러다보니 다른 생계수단을 찾지 않을 수 없고, 본업인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교육부장관에게 "근무조건, 신분보장, 보수 및 그밖의 물적 급부 등에 있어서 차별적 지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교육부도, 각 대학들도 꿈쩍하지 않는다.

오늘도 낙엽지는 스산한 캠퍼스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대학 시간강사들은 기초학문 발전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차세대 젊은 연구자들이자 대학교육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의 실질적인 기둥이다.

세계적으로도 자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젊은 연구자들을 이처럼 비정규직으로 홀대하는 나라는 없다.

이들의 지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강의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허남혁 (대구경북환경연구소 연구기획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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