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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은행나무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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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은행나무가 서 있는 예쁜 돌담집이 있다.

골목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두 그루 은행나무가 가을 옷을 입었다.

노랗게 물든 모양이 마치 수천 마리의 노랑나비가 앉아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그 아래 서 있으면 누군가가 나를 위해 노란 리본을 가득 달아 놓은 것 같은 착각에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가슴이 뭉클해진다

'살인범이었던 남편이 출옥(出獄)하는 날, 그를 사랑한다는 말 대신 마을 어귀에 선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가득히 달아놓고 기다리던 아내의 마음'이 이토록 설레었을까.

은행나무 아래 서 있으면 사랑했던 사람들과 미워했던 이름이 모두 그리움으로 살아난다.

줄곧 사랑만 했던 사람이 없듯이 미움도 오래 가지 못했다

사랑과 미움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똑같은 뿌리에서 돋아나 자라는 각기 다른 얼굴로 보이는 서로 닮은 감정이다.

사랑이 향기라면 미움은 꽃이다.

사랑은 향기에 취하듯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지만 미움은 요염하게 피는 꽃을 보듯 마음에서 불을 튀기며 생생히 느낀다.

사랑은 희생으로 시작되지만 미움이 끝나면 마음에 열매 하나 열린다.

사랑이 끝나면 상처를 남기고 추억을 얻지만 미움이 끝나면 회한과 참회를 남기고 성숙을 얻는다.

사랑할 때는 행복하지만 그것이 끝나면 불행하다.

미움 속에 갇혔을 때는 불행하지만 그것이 끝나면 온화한 안정에 접어든다.

사랑은 미움을 잉태하고 미움은 견고한 사랑을 낳는다.

사랑을 사랑만으로 얻으면 종이꽃과 같지만 미움 후에 얻은 사랑은 영원히 향기를 잃지 않는다.

은행나무 그늘에 서면 오고가는 계절이 보인다.

사랑과 미움의 빛깔이 계절 속에 투영되어 선연히 빛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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