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29부동산대책 1년 후...무얼 남겼나

오늘로 '10·29부동산종합대책'이 나온 지 1년째 된다.

10·29 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각종 규제책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는 얻었지만 실수요자들간 정상적인 거래마저 끊기는 등 시장이 지나치게 냉각되면서 관련산업이 극심한 불황에 처하는 등 지역 경제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지역 전역에 내려져 있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인 '주택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관련업계는 물론 행정기관, 정치권 및 실수요자들로부터도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돼 온 주택 위주의 부동산 규제책의 성과와 전망을 짚어본다.

◆각종 규제책 쏟아져

정부는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작년 3~10월 부산과 대구 등 전국 9곳을 아파트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주택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가장 이른 10월2일자로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돼 분양권 전매 제한이 시작됐고, 18일에는 대구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또 올해 3월30일부터는 20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주택담보 인정비율을 종전 50%에서 40%로 낮추었다.

이와는 별도로 작년 12월15일 소득세법을 개정하는 등 부동산 세제를 개편, 올해부터 투기지역내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중과하기 시작했으며,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세를 60%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10·29대책의 주요 사항 가운데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제 △채권입찰제 △원가연동제 등 주택관련 규제의 경우도 이미 방침이 확정된 가운데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종합부동산세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화 조치도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집값은 하향안정

건교부 통계로 보면 작년 10월15일과 비교한 현재 전국의 집값은 2.2%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5%(강남 -2.0%), 지방광역시가 2.6% 각각 떨어져 지방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다.

대구에서는 작년 10월15일 대비 현재의 실질적인 집값 하락폭은 3%선인 것으로 부동산114는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치의 경우도 건축한지 5년 이내의 신축 아파트들이 강세를 보인 결과로 실질 가격은 더 떨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전세가격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1년전에 비해 전세가격은 명목상 1.42%(광역시 평균 1.3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6%가량 하락했다"고 말했다.

또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가구당 2천만~5천만원 가량 떨어졌고 기존 아파트(건축수령 10년 내외)도 가격이 2천만~4천만원 가량 빠진 가운데서도 거래가 안되는 '쇼크'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건설업 불황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분양률이 크게 하락하자 주택사업 시행사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잠수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과 금융권이 함께 신규 사업에 신중을 기하면서 아파트 신규공급 물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올들어 9월 말까지 대구 민간업체의 주택분양 실적은 6천610가구로 작년 동기 1만3천가구의 절반 선에도 못미치고 있고, 같은기간 전국(건설교통부 집계)의 주택건설물량은 25만2천가구로 작년 같은기간 41만4천가구에 비해 39.1%나 줄어들었다.

9월말 현재 대구지역의 누적 미분양 아파트는 3천가구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주상복합을 포함시킬 경우엔 4천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부산과 광주에서도 각각 5천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에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건설수주액이 작년 대비 40%가량 줄어들면서 대구·경북에서는 올 연말부터는 부도 건설업체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국적으론 9월말 현재 부도난 일반건설업체는 123개로 작년 동기의 94개에 비해 29개나 많았다.

이처럼 건설·부동산 관련 부문의 경기가 침체국면을 맞으면서 전국의 건설경기 체감지수(100 이상은 호전, 이하는 악화를 의미)도 작년 10월 78에서 12월 73으로 떨어진 뒤 계속 하향, 지난달에는 58선까지 추락했다.

◆정상적인 거래도 실종

10·29대책으로 투기수요를 제거, 집값 안정은 이룬 반면 자신의 살 집 마련을 위한 투자심리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등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또 준공된 아파트에 입주를 미루는 아파트 단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분양권이 오르지 않아 팔지도, 입주하지도 못하는 가구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가 하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분양대금의 20~30%에 이르는 잔금을 내지못하고 있기 때문. 실제 올 6, 7월 준공한 대구시내 몇몇 아파트 단지는 입주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대구에서는 수성구만 볼 때 작년 1~9월 아파트와 분양권, 단독주택 등을 포함하는 부동산의 거래건수가 1만4천57건에 달했으나 올해 같은기간에는 절반도 안되는 6천311건에 머물고 있다.

또한 매매가 못지않게 전세값 하락폭이 커지면서 이사를 하려해도 전세비를 받지못해 집을 옮기지 못하고, 이에따라 새 아파트의 입주율이 극히 저조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분양시장 침체도 심각한 수준인데 지난 8월 공급에 나선 대구 달서구 모 아파트와 수성구 모 아파트 등은 계약률이 저조, 가뜩이나 움츠려있는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들이다.

분양권 전매금지 조건이 달리는 투기과열지구 아래서는 미분양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경매물건도 크게 늘어나 부동산안정대책이 되레 서민의 주거안정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올해 1~10월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와 단독주택은 1만6천103건으로 작년 같은기간의 9천500건보다 무려 70%나 증가했다.

◆주택시장 부양 대책 있어야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벌이는 것을 꺼리면서 분양 물량이 줄어 2, 3년 뒤에는 주택가격이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거래중단과 신규 공급물량 감소 등 현재의 시장 상황을 두고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며,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으로 주택시장에 숨통을 틔워줘 횔기를 되찾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의 공인중개사 정용(부동산평론가)씨는 "지금은 시장이 너무 죽어 정상적인 거래마저 끊긴 상태"라며 "대구를 포함한 지방도시에 취해진 투기과열지구를 해제, 주택 등 부동산이 지역경제 회생의 바탕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점프통장 유입에 따른 분양권 상승으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청약통장 사용을 위한 해당지역 거주기간을 2, 3년 등으로 강화하는 등 현실적인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것.

아파트사업 시행사인 신아주택 손상명 대표는 "10·29대책이 집값 안정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린 반면 건설시장 전반을 어둡게 해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거래세는 낮춰 실수요자들이 시장으로 유입되도록 도와줘야 침체된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한층 강화된 주택 위주의 부동산 규제책이 겹치기 적용되는 내년부터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업계는 물론 일반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정부의 정책이다.

정부는 대구와 광주, 부산 등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이틀만에 투기과열지구가 전면적으로 해제되진 않겠지만 전매 횟수를 제한하는 조치로 완화될 경우 정부가 규제해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일부 살아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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