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벼농사를 짓지 않기로 작정한 정수할(56·영천시 신녕면)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어찌됐든 올해는 수확을 마치겠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더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면사무소, 농협, 시청, 농림부 등에 수차례 직·간접 문의를 해봤지만 아무도 벼를 대신할 대체작물을 추천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올 가을에 확보해 두어야 하는 내년 농사 종자(種子)용 알곡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는 내년부터 논에 콩을 심기로 했지만 이 또한 투기나 모험이 아니면 무모한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걱정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콩수매가 내년으로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 번지고 있는 것. 신녕면 한 곳에서만 올해에 벼농사 대신 콩을 심은 면적이 100㏊에 육박하는 등 콩도 벼와 마찬가지로 과잉생산되고 정부의 수매자금 부족이 심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벼농사 대체작목으로 논콩재배에 관심이 많은 곳은 안동이다.
안동시의 경우 농협과 계약재배 방식으로 올해 982명의 농민들이 모두 332ha의 논에다 논콩을 재배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266%나 늘었다.
앞으로 몇년 후면 논농사가 벼 대신 콩으로 뒤바뀔 추세다.
이는 논콩을 재배할 경우 밭콩에 비해 kg당 4천770원으로 40kg 한 가마당 밭콩 9만6천280원의 두배가 넘는 소득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우리콩 자급률 향상과 벼농사 대체 등 두마리 토끼 잡이에 나선 안동지역 논콩재배 농민들은 올해 31억6천70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김휘동 안동시장의 아이디어로 조성중인 안동시의 '생명의 콩 특화단지'는 이 같은 농촌지역에서 콩배재 붐을 일으키고 전국 우리콩 생산량의 30%까지 이를 정도로 콩 재배면적을 늘려 나간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안동시는 오는 2008년까지 4억1천600만원을 투입해 무려 3만9천여ha의 면적까지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시장은 "최근 웰빙바람으로 농민들이 벼보다 우리콩 재배를 크게 희망하고 있다"며 "농약 투성이인 수입콩과는 달리 안전한 우리콩이 차세대 논농사 작목으로 떠오르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역설했다
봉화지역 벼재배 농가들은 수매중단 대체방안으로 지역적인 특성을 살린 고랭지 채소나 고추 등으로의 전환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1만5천평에 벼농사를 짓는 농업경영인 박지훈(33·봉화군 봉화읍 화천리)씨는 "저지대 논은 밭으로 전환이 불가능해 대체작물도 어렵다"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경산대추는 지난 1970년대 초 사과 대체작목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임당·압량· 자인·진량·하양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나 전국 최대의 대추 주산지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3년도 기준으로 전국의 대추 재배면적은 모두 3천780ha. 이중 경산지역이 전국 재배면적의 24%인 912ha를 재배해 2천855t의 대추를 생산, 전국 최대규모의 주산지가 됐다.
올해는 평년작 이상으로 70여억원의 소득이 예상된다.
그러나 자체 시장이 열리지 않고 다양한 용도의 제품 개발이 되지 않아 단순한 주산지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가운데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에서 재배중인 고급과일 체리가 대체작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체리 주산지인 화천리 생산농가는 남해군과 묘목 반출 계약을 맺었다.
2년생 묘목 650주를 오는 11월 중순쯤 남해로 시집보낼 계획이다.
2년생 묘목은 식재 후 3년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체리가 여성들에게 인기짱 과일로 알려지면서 화천리 체리농장에는 연중 전국의 농가에서 견학을 위한 문의와 묘목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재배가 간편하면서도 수익성은 사과에 비해 높기 때문에 농가들이 대체작물로 선호하고 있다.
과일 중 연중 제일 먼저 생산돼 고가에 판매할 수 있어 농민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생산량이 국내 소비량의 20%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32호 농가에서 16ha에 체리를 재배하고 있는 이 마을은 전국 재배면적의 32%를 차지, 최고 주산단지가 됐다.
재배지는 대구 동천·둔산동을 비롯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대체작물로 확대재배에 나선 경주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비가림 시설을 하여 체리 생산 문제점을 완전 해결했고 또한 포장상자를 개선해 상품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
경주시는 앞으로 나무를 작게 키울 수 있는 왜성 대목 보급 등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급, 전략작물로 확대재배할 계획이다.
박준현·권동순·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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