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박람회 공개면접 체험 이벤트 그 뜨거웠던 현장

실전 방불 분위기 취업준비생 바짝 긴장

"대구도시가스가 나를 뽑지 않으면 후회할 이유 세 가지를 얘기해 보세요."(면접관)

"입사하면 고객서비스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저를 뽑지 않는다면 고객을 친절하게 맞을 수 있는 직원을 놓치는 것이고, 부단히 노력하는 직원을 잃는 셈입니다.

… 세 번째는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취업준비생)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공개면접 체험 이벤트'가 열린 5일 대구시 중구 동아쇼핑 10층 아트홀. 매일신문과 화성산업(주) 동아백화점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 200여명이 참여, 취업열기를 뿜어냈다.

대구도시가스를 비롯해 4개 참여업체가 모의면접으로 행사를 치렀지만 실제 면접 못지 않은 긴장감이 배어 나왔다.

면접관들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잇따라 던지자 취업준비생들은 바짝 긴장하면서도 '모범 답안'을 내놓으려 안간힘을 썼다.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사용해 자기 소개를 해보라는 물음에 한 남학생은 스스로를 바다 위의 빙산에 비유하면서 "바다 밑에 거대한 몸체를 감춘 빙산처럼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같은 질문에 한 여학생은 '5보1배(5步1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사를 잘한다.

고객을 상대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한 남학생은 "8년 간 사귄 여자 친구를 직장 있는 남자에게로 떠나 보낸 것"이라며 "술로 아픔을 달랬다"고 밝혀 면접관과 참석자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면접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질문들도 쏟아졌다.

입사한 뒤 상사와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한 남학생은 머뭇거리지 않고 답했다.

"여러 사람이 보는 곳에서 상사와 의견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둘이 따로 만나 의견을 나누겠습니다.

저보다 경험이 많은 상사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리디노미네이션, 피싱, 통크족, 하이브리드카, 아웃소싱, 헌법불일치, BPI지수 등 시사용어를 묻는 질문에는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잘 모르겠다는 답이 이어졌다.

면접에 참여한 김지연(24·여·영남대 섬유패션학부 4년)씨는 "회사에 대한 전문지식을 묻는 질문이 가장 까다로웠다"며 "처음 면접을 봤는데 앞으로 면접을 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대구도시가스 변장환 고객지원팀장은 "입사지원자가 자기만의 개성을 갖고 있느냐, 난처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전문지식과 폭넓은 시사상식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면접 체험 이벤트에서 확인한 것처럼 대학생들의 취업열기는 뜨거웠지만 막상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취업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면접에 참석한 배형진(27·대구가톨릭대 경제학과 4년)씨는 "면접을 잘 보기 위해 옷차림이나 말투는 물론 예상질문까지 뽑아 연습하고 있지만 대구에는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거의 없어 힘들다"며 "별 수 없이 서울 등 다른 곳으로 시험을 보러 가는 취업준비생이 많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얘기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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